꽉 묶인 봉투 손잡이를 조심해서 열어보면 갈색 종이봉투를 가득 채운 작은 조각들. 갈색빛이 도는 노란 튀김옷. 두껍지 않게 얇은 것이 포인트. 속살이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다.
손에 들고 뜯을 것도 없이 한입에 쏙 넣어 오물거리면 뼛조각 하나를 발골할 수 있다. 이 집만의 세심한 배려 포인트. 손에 기름 무칠 필요 없이 젓가락질로 우아한 식사를 제공하는 주인장에게 별 다섯 개의 후기로 감사한 마음을 남겨본다.
가끔 발견하는 순살과 껍질만으로 튀겨진 조각은 뼈를 잘 발라먹지 못하는 아이를 위한 앞접시로 살포시 내려놓는다. 이 모든 일이 젓가락 하나로 가능한 일이다.
입술 번들거리게 한 입 가득 넣어 오물거리는 모습들. 볼터지게 고소한 맛이 가득한 입. 젓가락으로 반 갈라 살만 쪼끔씩 골라 먹는 일은 불경한 죄를 짓는 일이다.
짭조름한 맛에 후추와 카레의 향이 살짝 덮인 노랑이통닭.
큰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이름마저 마음에 든다. 약병아리는 쓰지 않았다는 듯 이름에 떡 하니 '큰'이라 표기해 누구보다 많은 양의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을 충족시킨다.
가끔은 반질반질 빨갛게 옷 입은 치킨도 선택한다. 윤기가 자르르.
알알이 박힌 깨소금마저 사랑스럽다.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매운맛을 선택해 주문한 후, 땡초 두 개를 쏭쏭 썰어 준비해 둔다. 작은 접시 위해 얇게 썰린 땡초향으로 이미 입맛을 다시게 되는 마법의 시간.
떡볶이떡이 가로로 세로로 아무렇게나 누워있고, 순살로 준비된 녀석은 야들야들 부드러운 속살을 자랑한다. 가장 탱탱하고 촉촉한 것을 한 입에 넣어 꽈직 씹으면 팡 터지는 육즙. 땡초 하나를 빠르게 추가한다. 매운맛이 배가 되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땀으로 콧물로 배출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