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도 Mar 01. 2024

주제 : 나만의 비밀장소

미션 : 동의어 사전 사용해 보기



오전 10시, 드디어 출발할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그곳.
대관한 듯 쓸 수 있는 나만의 탑시크릿 플레이스.

집에서 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밖으로 무작정 나가고 싶은 날이 있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시간인데도 왠지 어디선가
"엄마~~~~"
"여보~~~~"
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던 어느 날, 무작정 나갔다.
나갔지만 딱히 갈 곳이 없던 그날.
둘러맨 가방에 노트북과 책 2권을 챙겼을 뿐 어떤 계획도 없었다. 목적지도 없는 발길은 정처 없었고, 어깨에 맨 가방은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다.
흥도 재미도 없으니 더욱 축 처진 어깨였다.

평소 걷던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다 보니, 늘 보던 풍경과 건물들 뿐이라 집에 있는 것과 매한가지였다.
신선한 자극을 찾아 나섰건만 새로울 게 없는 일상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돌았다. 건널목을 건너는 게 싫어 왼쪽으로만 걸었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돈 첫날이었다.
처음은 늘 두렵고 설렌다고 했던가.
난 무척 귀찮았다.
"건널목 신호등이 몇 개야. 그냥 왼쪽으로 갈걸."
커브를 돌자마자 곧바로 후회했고 발길을 돌리고 싶었다.
그때 보이던 간판 하나.
<24시 무인 카페>



목욕탕에 들어가 몸의 부피만큼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것을 깨닫고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가 느낀 기분이 이랬을까.
새롭게 발견한 무인 카페를 보고 나는 "어머, 어머, 여기 뭐야??"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나만큼 신났을까. 나는 오랜만에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마냥 들떴다.

그곳은 큰 자판기가 하나 있었고 둥근 테이블에 철제 의자가 3개 놓여있었다. 창가엔 혼족을 위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벽면엔 핸드폰 충전기까지.
이곳이 천국이 아니면 어디가 천국일까.
아무도 눈치 주지 않고, 맛있는 커피가 즉각 나오고, 알지 못하는 클래식이 무한 반복되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새롭게 오른쪽으로 걸었던 선택.
그 순간을 후회했던 바로 그때 나만의 비밀 장소를 발견한 멋진 하루가 되었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새로움을 원했지만 발길은 나도 모르게 익숙한 곳을 걸었으므로. 이미 몸이 매일 걷던 길을 향했다.
내 몸을 멈추고 생각이 이끄는 곳으로 나를 움직이게 했던 그날, 나에게 잘했다고 셀프칭찬을 했다.
"잘했어. 조금 번거로웠지만 이런 멋진 곳을 발견했잖아."라고.

내일은 직진을 해보자.
또 다른 비밀 장소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전 05화 주제 : 산과 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