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도 Mar 07. 2024

주제 : 집안일

미션 : '~에'와 '~을' 가려 쓰기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잘 해내는 것.

너무 멋진 일이다.

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과 옆모습을 보면 반하고 만다.

전업주부로 살고 있지만, 현모양처는 아니다.

늘 아이들의 실수에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르고, 스스로 챙기지 않는 준비물엔 분노가 폭발한다.

남편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도통 못 알아듣는 척 꾀가 난다. 내 몫으로 남겨질 일이 늘어날까 봐 꼼수만 는다.

나 스스로가 나에게 반할 일은 없을 듯하다. 흠..


'결혼을 하면 내 집을 어떻게 꾸밀까?'

'가족들을 위해 어떤 음식을 해볼까?'

나는 그런 상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왜 그렇게 나는 집안일이 싫을까?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늘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이셨다. 일하러 다니셨고, 일감을 챙겨 와 집에서도 일했을 정도로 늘 바빴던 엄마.

아빠는 새벽부터 일하러 가시고 밤늦도록 야근을 하셨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이 부업거리를 챙겨 오셨던 엄마셨다.

하루는 "미정아, 쌀통에서 쌀 한 바가지만 챙겨 와."라는 심부름을 시키셨다. 쌀 한 톨도 아까워하던 엄마는 쌀 쏟을까 봐 쌀통에 손도 못 대게 하셨기 때문에 너무 신났다. 드디어 쌀통 레버를 당겨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날부터였다.

"미정아, 그럼 쌀에 물을 붓고 바락바락 씻어봐."

쌀을 씻었던 나는 며칠 만에 밥물을 맞추고 곧 혼자 밥을 할 수 있게 됐다.

"미정아, 엄마가 반찬 다 해 놨어. 밥 해서 동생이랑 밥 먹고 놀고 있어. 엄마 좀 있다 갈게."

그렇게 시작된 집안일은 재밌는 단계에서 동생은 안 하고 나만 한다는 생각에 귀찮아지는 단계로 변하게 됐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집안일 돕기.

아무래도 그때부터인 거 같다. 엄마는 내가 척척 해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하나씩 내 몫으로 남겨지는 집안일이 늘어났다.

처음엔 나만 물장난 칠 수 있고, 나만 쌀통에서 쌀을 꺼낼 수 있다는 생각엔 재밌었다. 하지만 동생은 놀고 나만 고사리손으로 밥하고 설거지하고 있는 시간이 화가 났던 거 같다. 그때 기분을 생각해 보면 놀고 있는 동생에게 화가 났다. 시키는 엄마보다 눈앞에서 놀고 있는 동생이 더 미웠다.


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는데도 집안일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

도통 잘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질 않으니 간신히 먹고 치우고 씻는 일만 하는 정도다.

시키지 않으면 안 하는 가족들.

동생 혼자 놀고 있던 장면이 떠올라 괜스레 심술이 나는 모양이다.

'나도 하기 싫어. 나도 쉬고 싶어.'라는 심정일까?

아니면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된 집안일이라 벌써 지겨워진 걸까?




살림을 대하는 자세가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숙제를 만난 학생 같으니 즐겁지 않을 수밖에.

학창 시절에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했던 것처럼 가족들이 집에 도착할 시간이 되면 바쁘다.

밀린 숙제 하듯 하나하나 해치워야 하는 집안일.

미션 임파서블한 순간, 능력은 최대치로 발휘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전 10화 주제 : 내가 경험한 문화 충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