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무조건 완성하는 방법.
합평에 참여해 보세요!!
잘 쓰고 싶은 욕심에 글쓰기 관련 강연을 듣고, 책을 읽었다. 뭐라도 써야 한다는 공통적인 조언. 하다못해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라는데, 내 엉덩이는 깃털처럼 가벼웠고, 글감은 금세 동났다.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라는데, 내 일상은 떫은 감 하나 달리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 같았다.
글쓰기 관련 검색어에 뜬 글쓰기 모임이라는 단어를 본 후, 나는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다양한 플랫폼을 기웃거렸다.
매일 글쓰기라는 목표를 성공하기 위해, 매일 글감을 제공하고 미션 성공 시 작은 혜택을 주는 모임.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모임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 입맛에 맞는 모임을 찾는 일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일만큼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집 근처 책방에서 독립출판사를 운영 중인 편집자가 직접 합평하는 모임 공지를 발견했다. 내가 쓴 글이 어디가 부족하진 않은지, 잘 쓰고 있긴 한 건지, 궁금했던 차에 막무가내로 신청한 합평 모임.
"A4용지 두 바닥을 써야 한다고요?"
모임 공지에서 전혀 본 적 없는 조건이라 생각했는데, 흥분한 나머지 공지를 너무 대충 읽었나 보다.
A4용지 한 바닥도 써 본 적 없는데, 큰일 났다.
첫 합평이 있는 날.
여러 사람이 모여 내 글을 읽은 후, 의견을 주고받고 비평하는 날이 오다니. 올챙이가 뒷다리도 나오기 전에 뛰어오르려 하는 기분이라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타인에게 내 글을 공개하는 게 처음인 데다, 혼자만 보던 짧은 글이 아닌 A4 용지 두 바닥을 채운 글도 처음이라 긴장감은 배가 됐다.
내 글을 다 읽은 후, 한 명씩 돌아가며 의견을 내고 모임을 주최하신 편집자도 간략한 피드백을 주셨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고, 글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실질적인 조언도 해 주셨다. 물론 고치면 좋을 부분들이 더 많았다.
나 혼자만 읽던 글이 타인의 입을 통해 읽히는 짜릿한 경험에 들떠서 어떤 말도 타격을 주지 못했다.
자체 필터링을 거친 말은 "너무 잘하고 있어요. 조금만 손보면 될 것 같아요."로 변환되었다.
수없이 많이 손봐야 했지만, 밤새 고치면서도 행복했다.
실시간으로 타인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니.
이 보다 더 확실한 피드백이 있을까. 내 글 한 줄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가, 진지해지는 참석자들의 표정 변화를 보면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경험하게 된다. 몸 밖으로 튀어나올까 두려울 정도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도 괜찮다. 잘 생각해 보고 고쳐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수정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같은 글이지만, 다른 분위기의 글이 완성되니, 손 안 대고 코 푼 기분이랄까.
"난 두 글 중에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합평은 글을 써야 하는 숙제가 있어 힘들지만,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건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싶을 때가 있어도 괜찮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는데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합평을 두려워하는 분이 계시다면, 눈 딱 감고 송금부터 하시길 추천한다. 그리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참석해 보시길 바란다. 내가 앞으로 어떤 글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가이드라인을 받게 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