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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구마구 Jan 31. 2024

오마하, 60%의 백인이 주는 묘함

같음이 주는 불편

아마 오마하라는 도시를 들어본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렌버핏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마저도 유명하진 않습니다. 사실 저도 오마하라는 도시를 여행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니까요.



미국인 친구의 초대로 고향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요, 그곳이 바로 오마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정신을 차려보니 오마하였다.'라는 말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친구의 말을 따라 비행기표를 끊고 무작정 출발했습니다. 한번쯤은 관광지가 아닌 곳을 가보고 싶었기에 큰 고민 없이 떠났습니다.


그래도 예뻤던 오마하



도착하니 특별한 건 없더라고요. 그냥 미국 그 자체였달까요? 화려하지도 않았고, 아주 시골도 아닌 평범한 동네였습니다. 그날 저녁 마트를 갔다가, 다음날 다운타운에 가서 밥도 먹고, 카페도 가는 아주 무난한 여행을 했습니다.



그런데요, 뭔가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분명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아주 무난한 동네 구경이었는데, 알 수 없이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마치 닌텐도 속에 들어와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백인뿐이었던 식당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을 가진 채로 저녁을 먹으러 아주 큰 식당에 가게 됐는데, 그제야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 넓은 식당에 거의 전부가 백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많은 도시를 여행해본 건 아니지만,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동네를 비롯해 여행해 본 다른 도시에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었습니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너무나 다르게 생긴 사람들 속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오마하는 정말 백인밖에 없더라고요. 실제로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백인 62%, 흑인 15%, 아시아인 4% 정도라고 하니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인 우리가 볼 때는 이 비율이 그렇게 압도적으로 보이지는 않죠. 우리는 한국인이 인구의 전부인 단일 민족이니까요.



다만 백인 32%, 흑인 24%, 아시아인 13%으로 구성된 뉴욕과 비교하면 확실히 백인 중심 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뉴욕뿐만 아니라 LA, 시카고 등도 백인이 30%를 웃도는 정도입니다. 오마하의 백인 비율은 2배가량 되니 '여기가 그 다양성의 미국 맞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유럽, 그중에서도 덴마크인의 이주로 인해 백인 인구 비율이 이토록 높다고 합니다. 덴마크의 지역적 특성과 기후가 오마하와 비슷해 덴마크 농업 종사자들이 많이 이주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 많은 백인들 속에 서 있으니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요. 제 눈에는 전부 같은 사람으로 보이고, 저만 살아있는 캐릭터가 된 느낌이랄까요? 다른 도시의 개성 넘치는 다양성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하나의 인종이 60%만 넘어도 타 인종으로서 압도감을 느끼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95%는 한국인이니까요. 문득 한국으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의 적응까지 걱정하게 되었던 여행이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며 사실 다른 인종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주류 인종으로 태어나 자랐기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 적응에 대한 고민조차 해본 적 없습니다. 그냥 물 흐르듯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교환학생 오니 모든 게 다르더라고요. 다양한 외모, 국적, 문화가 함께 하는 곳에서 살며 제 자신이 조금씩 뚜렷해졌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나'로서의 '나'를 알아갔습니다.



그자체로 아름다운 다양성

우리나라도 점차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민족으로서의 긍지도 분명 가치 있지만, 다름에서 느낄 수 있는 나의 개성도 소중한 것이거든요. 다른 삶, 다른 가치관, 다른 방향성이 함께 한다면 본인을 향한 초점이 또렷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시간들이 정말 인생에 있어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류 인종으로 한국에 살다가, 너무나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문화를 경험하고, 이방인으로서 백인 주류 도시까지 가보니 비로소 같음이 주는 오묘한 불편을 깨달았습니다. 다양성이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개인의 개성이 존재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가득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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