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구마구 Mar 06. 2024

한국,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힘

몰입과 여유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익숙한 곳을 떠나 다른 곳에 나를 던지고 싶어서? 마음껏 돈 쓰면서 쉬고 싶어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다른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이유는 아주 다양합니다.




'나는 왜 교환학생을 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꽉 차버린 제 삶을 비우러 갔다'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초반의 이유는 영어 공부와 막연한 동경이었지만 결국 저는 비우는 법을 배우고 왔습니다.


교환학생을 가기 전, 학업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이미 저를 가득 채웠고,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나의 삶을 이끌어간다'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을 찾았고, 그렇게 제가 찾은 방법은 '무작정 바쁜 삶을 살기'였습니다.


'바빴다'기 보다는 '분주했다'가 더 적당할 것 같습니다. 바쁘게, 밤을 새우며 무언가를 하는 게 당연해진 세상의 틈바구니 속에서 22살의 저는 바쁘지 않으면 불안했습니다. 방향성은 없었지만 제 앞에 주어진 것은 무엇이든 했습니다. 큰 그림을 그릴 줄 몰랐고, 그저 당장 앞만 보았죠.


왠지 커다란 이유 없이 쉬면 안 될 것 같아 휴학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전공에 큰 흥미가 없어 복수전공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큰 고민없이 복수전공을 골랐습니다.


그렇게 바쁨과 빠른 선택만이 제 세상에 존재했습니다. 뭐라도 더 해야겠다 싶어 끊임없이 무언갈 했고, 주변에선 '멋있다'는 말로 저를 꾸며주었지만 제 내면의 상자는 터질 듯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런 사진을 차곡차곡 모으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다들 이렇게 살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그저 달렸죠.

3개월 정도 달리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달렸습니다. 타인과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거든요. 종강 이후, 숨을 돌리며 바쁨과 분주함을 분리해야만 한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물론 그 시간들을 전부 후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제 삶의 아주 커다란 자산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냈던 경험은 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다만 지속하기에 무리가 있기에,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게 미국에 가서 푹 쉬며 몰입의 힘을 배웠습니다. 제 목표는 오로지 둘, ‘영어 실력 향상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였습니다. 명확하고 단순한 목표를 세우고 저는 부담감을 모두 비운 채 하루하루 새로움으로 가득 채웠고, 저조차도 놀라운 영어실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낭만의 순간들

효율과 분주함보다 몰입과 여유가 더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몸소 확인했습니다. '영어 실력 향상'은 단순히 영어 실력으로 존재하지 않고, 저에게 더 많은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고, 더 다양한 삶과 함께 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뉴욕의 미술관

저는 여행으로 삶의 자세를 바꾸는 법을 배웠습니다. 가보지 않았던 미술관, 일요성찰모임, 눈부신 바다, 광활한 그랜드캐니언, 반짝이는 뉴욕 등을 다니며 '왜 나는 새로운 것들에 진작 도전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일상에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던 도전을 왜 해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친구들과의 마지막 날

내 일상을 다채롭게 해주는 건 새로움이구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에 뛰어들고, 실패의 쓴 맛을 보며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건 제가 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껏 마주하지 못했던 수많은 삶과 마주하며 다양한 인생을 배웠고, 사람 속에 뒤섞여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성장을 주는지를 여실히 느꼈습니다. 그렇게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각국의 사람들과 수없이 대화하며 너무나 큰 성장을 했습니다.




삶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이 가장 큰 깨달음 같습니다.

"미술을 왜 알아야 해?" "영어를 왜 배워야 해?"가 아니라 미술과 영어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과정에서 삶이 더 다채로워진다는 점.

무언가가 목적인 삶을 산다면 그것을 이루고 난 뒤, 삶의 이유를 잃겠지만, 과정인 삶을 산다면 끊임없이 새로움 속에 나를 던지고, 몰입하며 삶을 살아내는 그 자체가 행복해질 수 있겠지요.


저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많이 망설입니다.

미국에서의 여유로움은 잃고 한국식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이 즐겁고, 분주함이 아니라 이유 있는 바쁨이라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패를 차곡차곡 모아 성공으로 교환하는 법도 배웠고, 명확한 목표와 과감한 도전만큼 삶에 활기를 주는 것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지 않도록, 적절하게 숨을 내쉬며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이로써 교환학생 기록기, 여행 기록기는 마치지만 제 삶의 2장을 여는 브런치북을 가지고 곧 돌아오겠습니다. 철없는 대학생이 부딪히고 깨지며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한 제 글에 눌러주신 하트와 관심은 제가 달릴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이전 11화 뉴욕, 1월 1일 볼드랍의 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