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 10부. 적당히 힘을 뺄 줄 알아야

인생에는 완급조절이 필요해

by 주인공


적당히 힘을 빼고 살아야 얻어지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친한 언니랑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글씨를 잘 쓰려고 할수록 손에 힘을 주게 되는 데 도리어 의도치 않게 손에 힘을 많이 줘서 원하는 글씨체가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 계속 힘을 빼야지라고 오히려 계속 스스로를 되뇌니까 가장 예쁜 본인만의 글씨체가 나왔다고 하네요.



인생에서 완급조절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쉬는 것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직을 할 때 쉰 기간이 극명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통념 하에 공백기에 집착하고 최대한 인생을 촘촘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저 또한 이런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서 쉴 때도 이렇게 쉬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 그나마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여유를 부릴 때는 열심히 여유를 부리고 또 열심히 효율적으로 살 때는 시간을 쪼개 사는 그 완급 조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평생을 열심히 치열하게 살다 보면 번 아웃이 올 수도 있고 또 매일 여유로우면 정작 내 눈앞에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적당히 밀물과 썰물을 탈 줄 알아야 중요한 순간에 나의 능력을 200%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파도를 타는 것이 중요한 서핑에서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더라고요. 몸에 힘주는 것에 익숙한 저는 오히려 힘 빼는 것을 잘 못했던 거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퇴근하고 부업을 하는 것은 젊을 때 자산을 쌓는 중요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어릴 때 조금 더 이리저리 바쁘게 뛰는 것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췄던 거 같습니다. 물론 나쁜 건 아니지만, 이것저것을 모두 챙기려고 하다 보면 분명 뭐 하나쯤은 놓치는 것이 있었겠지요. 타이밍에 따라 악착같이 챙길 때를 알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쉬면서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게 서핑을 하는 것과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꼭 파도를 타고 말테야 라고 강박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바닷속에서 4-5시간을 있어도 생각보다 안 풀리는 경우가 있지만, 서핑보드에 몸을 맡기고 적당한 때에 한번 일어났을 때 성공하면, 그 짜릿함으로 또 다음 파도를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부지런히 살고 말고 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만사가 그런 거 같아요. 인간관계도 모든 인연도 결국은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할 때 딱 마침 그때 나타난 우정이든 사랑이든, 타이밍을 타는 것이고 아무리 힘겹게 매달리고 잡고 있어도 떠나갈 것들은 떠나가기 마련이니깐요. 사업이든 일이든 인간관계든


나에게 오는 타이밍을 잘 알고 그 타이밍에 맞게 파도를 탄 뒤, 아니다 싶은 것은 과감히 떠나보는 것.


마치 언제 파도를 타고 어떤 파도는 흘려보내야 됨을 알 듯이.


우리네 인생도 딱 그런 거 아닐까요. 그렇다고 생각하면 불안은 어쩌면 우리가 조절할 수 없지만 또 역설적이게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일지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요즘 나이 드는 것이 참 좋습니다. 어릴 때는 그저 열정으로만 들이댔던 모든 것들에, 이제는 한 걸음 떨어져서 템포를 읽고 뛰어들 타이밍을 잴 수 있게 되었으니깐요.

이제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뭔지 이런 사소한 것들의 선이 명확해졌습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0화제 9부. 불안을 모터로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