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부. 불안을 모터로 삼아

바이러스마저 유익한 측면이 있어

by 주인공


최근에 짐 정리를 하다가 오랜 다이어리를 펼쳐보았습니다. 노션으로 할 일을 기획하면 되는 요즘에는 손으로 굳이 다이어리를 쓰는 일이 무색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는 제 글씨체로 하나하나 꾹 누르며 그날에 있었던 일과 저의 감정을 적어놓은 다이어리가 참으로 소중하더라고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이기에, 노래를 들으면서 새벽의 깊은 사색에 빠지기에는 충분히 짙었습니다. 해마다 굳이 손으로 그려내고 프린트해 오려 붙인 저의 비전보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저만의 포부, 그 과정에서의 느꼈던 저의 불안, 인간관계에서 느낀 서운함과 그리고 그런 제 자신을 다독여주는 위로의 말까지요. 이성과 감정은 상반되는 듯 하나 또 상호보완적으로 서로가 필요할 때 서로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주말에 만났던 저와 정반대의 MBTI를 가진 친구는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하고 싶은 게 많고 그릇이 큰 네가 묘사하는 너의 미래 모습에 자기도 덩달아 너무 설렌다며. 당연히 너만이 느끼는 보이지 않는 불안이 설렘과 늘 공존하겠지만, 불안 덕분에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착실히 살아나가니까 어찌 보면 불안이라는 감정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므로, 혹여 불안정한 것들로 인해 불안해 마음이 흔들릴 때면 불안을 추진력의 모터로 삼으라고.” 상호보완적이네요.


저와 정반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친구는 저의 연약한 부분을 감싸줄 줄 알았습니다.





다이어리를 통해 제가 했던 고민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모난 구석, 저만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니까 창피했지만 동시에 그때의 저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어서 한층 더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예전에 고명환 작가님 (메밀국수 사장님이자 개그맨이었던)의 강연에 가서 들었던 명언 중 하나는



바이러스마저 나를 유익하게 해주는 일들이 있다


나빠서 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러스는 생명공학적인 관점으로는 오히려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에 쓰이고 면역력을 길러주기도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시면서, 모든 사람에게 있는 부정성이든 긍정성이든 어떤 방향으로든 모두 더 좋은 길로 인도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두 가지의 에너지 파장이 중첩되면서 일어나는 힘을 통해 인생의 돛을 내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조절하여 무형의 자산을 찾아내면 된다고.



예전에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는데 요즘은 오히려 달라서 새로운 견해를 들을 수 있어서 오히려 신박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저와 다른 사람이고 저럴 수도 있겠다, 오히려 저 생각이 더 합리적인데?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에 뾰족함이 꺾인 건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덕분에 예전보다는 저의 다이어리에 긍정적인 감정이 더욱 묻어나고 하루하루가 색다르고 재밌는 일들이 넘쳐나는 듯 합니다.



좋은 거든 나쁜 거든 다 제 자신을 더욱 성장시켜 주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하면 제 안에 일어나는 일이든, 어떤 사람으로 인해 야기된 일이든, 그저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 그 과정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생각하면 되나 봅니다.




어차피 프랑스에 가면 많이 먹을 거긴 한데 그래도 저는 이 한국 브런치카페에서 파는 브런치가 참 좋습니다.


그냥 팬케이크가 몰캉하면 부드럽고 단짠의 완벽한 조화랄까요? 단짠도 어찌보면 정 반대에 있지만 둘이 합치면 이렇게나 혀 안에서의 맛이 아름답잖아요?! 나랑 다르다고 생각한 사람들 또한 내가 싫어했던 감정들 또한 정반대의 다른 것을 만나서 아름답게 변할 수 있더라고요.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9화제 8부. 잘산다와 못 산다의 기준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