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부. 잘산다와 못 산다의 기준이 뭔데?

모르는 사람이 만든 기준은 버리고 나만의 기준을 만들자

by 주인공


한국에 출장 온 친구에게 경복궁-북촌한옥마을-동대문-남산타워 일일투어를 해주다가 청계천에 잠깐 앉아서 발을 담그고 했던 이야기가 참 재밌었습니다.


한국에 2주 출장 온 친구는 한국지사에서 잡아준 비즈니스호텔에 머물고 있는 데 그 호텔은 저희 집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아주 가까운 편이었는데요. 그래서 평일 저녁에도 친구네 호텔 근처에 가서 맛있는 거를 먹고 친구에게 동네 구경을 시켜주고 그랬는데,

친구 한국지사 회사의 한국인 동료가 친구에게

“한국 도착해서 한국 구경은 좀 했는지”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는 “프랑스에서 만나서 친해진 친구가 한국인이고 마침 호텔 근처에 살아서 자주 만나서 투어도 시켜주고 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한국인 동료가 “어 000 호텔 근처에 살면 나쁘지 않게 사는 친구네. 비록 엄청 잘 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쪽도 나름 집값도 비싸고 괜찮은 동네인데.”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달해주더라고요.

저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친구는 “어디가 잘 사는 곳이고 아닌지를 굳이 너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왜 말했을까? 그리고 어느 동네만 보고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면서 거기가 잘 사는 곳이다 못 사는 곳이다를 바로 아는 게 너무 신기하다. 2주 동안 한국에 출장 와서 한국의 좋은 점이 너무 많지만 확실히 서열 나누기를 하는 것을 느낀다” 며.


또 한국 동료들한테 어떤 운동을 하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다 헬스장에 간다고 하는데 헬스장은 Sport 라기보다는 그냥 Gym인데, 이 동문서답의 답변이 본인은 너무 신기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잘하는 운동 종목이 하나정도는 있는 게 어디에 살고 그 동네가 엄청 부자는 아니지만 엄청 가난한 사람은 아닌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니냐며.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잘산다와 못 산다의 기준이 뭘까요? 부동산의 가격에 따라 내가 지금 얼마를 깔고 있는지 얼마의 자산이 있는지가 기준이 되는 거면, 열심히 돈을 모으는 사람들은 그 시간만큼 소비를 덜하니까 같은 금액을 소비하는 사람들보다는 일정 기간 동안은 못 사는 사람의 취급을 받는 걸까요?

돈이 힘이 되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돈이 많으면 좋지만 굶주릴 정도가 아니고 먹고 싶은 거는 그래도 사 먹을 수 있고 하고 싶은 운동을 즐길 수 있고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잘 사는 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근데 왜 계속 서열을 나누고 비교를 해서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운데도 만족하지 못하게 압박을 넣는 걸까요.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이 있고 생리대를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그 기준을 나누는 것이 정상적일까요.


요즘은 기준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그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매년 올라가는 생활물가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계층의 가운데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중산층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준들은 매년 달라지고 있고. 다이아몬드 계층구조에서 점점 모래시계로 바뀌면서 계층 간의 사다리는 더더욱 무너지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누가 더 잘살고 누가 더 못 사는 것을 구태여 나누는 것이 중요할까요. 역설적이지만 기준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각자 본인만의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맞게 살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이래야만 한다는 것들을 다 맞춰서 살면 벌써부터 피곤하고 골치 아프고 숨 막히네요. 나이에 따라 이 정도는 모아야 한다는 평균값, 결혼해야 하는 평균 나이, 연봉의 평균값 등. 이 평균은 누가 정하고 이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건지, 기준보다 엄청나게 이하 거나 엄청나게 높으면 숨겨야 하는 비정상적인 것이 되는 것인지요. 잇달아 느끼게 되는 사회적 박탈감과 허영심이 맞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요.그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본인이 만족하면 그뿐.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증명해 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바에는 외국인 친구의 말대로, 스포츠다운 스포츠를 즐기면서 원하는 공부 언어든 악기든 취미든 코딩이든 개발이든 마케팅이든 하는 게 정신 낭비를 안 하는 지름길인 듯 하네요.



친구랑 갔던 북촌한옥마을의 한옥카페, 너무 예쁘더라고요. 일단 한국인의 얼이 느껴지는 한옥.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있는 이 전통 너무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얼"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데요. 누구든 자신만의 얼을 가지고 신념있고 줏대있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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