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과 긍정은 한 끗 차이
최근 학교수업에서 배우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소비자행동입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어떠한 것들을 소비하면서 살아갑니다. 이성적일 수도 있고 충동적일 수도 있겠지요. 내가 정말로 필요한 물건들을 리스트로 적어 구매를 한다면 조금 더 이성적인 선택이, 주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혹은 감정적으로 구매를 한다면 조금 더 충동적인 선택이 되겠네요. 그러나 저는 이 이성과 충동 그 사이를 분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로 정의를 내릴 만큼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가령 나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타인의 눈에는 감정적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는 선택일 수 있고,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담긴 것일 수도 있으니 깐요.
그러므로 묻습니다.
감정과 이성을 따지며 합리화를 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본인의 삶의 정의에 맞게 원하는 것을 소비하세요.
프랑스 그랑제꼴의 학비는 무료 공교육이 만연한 프랑스 사회에서 비싼 학비의 학교로 꼽히는 사립인 만큼, 학교를 다니다 보면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 한국에서 챙겨 온 옷이 별로 없는 저는, 왜인지 모르게 나도 패션쇼를 하고 다녀야 되는데 하면서 괜스레 주눅 들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외국인의 신분으로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 더욱 집중하고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자고 되뇝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앞을 가릴 때가 많고 아닌 걸 알면서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고 사고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 자신을 더욱 잘 알아감과 동시에 타인과 나를 다른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순간의 감정으로 주눅이 들 거나 위축될 수는 있지만 그게 나를 전부 지배하게 두지는 않는 것, 타인과 나를 다른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나 스스로 무너지지 않게 적당한 거리와 벽을 둘 수 있는 것. 이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들이 어른이 되고 성숙해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최근에는 프랑스 친구 한 명과 한국의 성형수술에 대해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왜 미의 기준이 정해져 있고 보이는 것들에 집착하여 다들 성형수술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에 평소 같으면 감히 우리나라를 욕하다니 하면서 화를 먼저 냈겠지만, 신기하게도 논리를 가지고 이 친구의 사고를 개조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저는 먼저 한국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친구는 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인 기사들만 받아들여서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편협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이 부분을 소셜 미디어를 지나치게 하는 현실과 결합을 시켜서 논리를 펼쳤습니다. 또한 K-pop의 문화 덕분에 한국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지만 아이돌의 몸매가 모든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을 몸매라고 생각하는 이상과 실제 저를 포함한 제 친구들의 현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덧붙여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와 프랑스 문화에 대한 클리셰가 어떻게 프랑스에 도착해서 살면서 변했는지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게 된 것들에 대한 예시를 나열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본 것 안에서만 생각하고 사고하는 동물인 거 같습니다. 자신의 사고를 토대로 잣대로 삼아 다른 사람들을 그 안에서 규정하고 정의를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저는 이 친구가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때 또 한 번 실감했습니다.
그러므로 자극적인 것들이 만연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현실을 보는 것이, 너무 극단적인 것들 속에서 심심하고 담백한 평양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기분을 약간을 알 거 같기도 하네요.
프랑스의 교육과정은 보통 학사 3년 후에 석사 2년 과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이 수업을 듣는 제 친구들은 저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4-5살은 어립니다. 그럼에도 사업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벌써 한 회사의 마케팅 헤드로 일하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제가 만약에 단순히 저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물리적인 숫자에만 집중했다면 사람을 대할 때 배우려는 자세보다는 조금 더 거만한 태도를 보였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늘 열린 자세로 어떠한 사람을 만나도 어떤 면모를 배울 수 있는 가에 초점을 맞추어 상대한 덕분에,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도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면서 또 제가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사업가의 기질 어떤 전문적인 영역에서 도전하는 자세와 마인드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수업과는 별개로 하루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이때도 솔선수범해서 가장 어려운 일들을 자처하는 친구를 보고 선한 마음을 갖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렇듯 부정적인 것들에 집중하기보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더 좋은 면모와 긍정적인 것들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자신을 볼 수 있는 것 같네요.
사람은 생각한 대로 살아간다고 하잖아요.
생각의 크기가 그만큼 크다면 그리고 그 사고를 특정한 틀 안에 가두지 않고 무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디까지 도달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고 호기심의 크기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그런 삶이 살아지더라고요. 어떤 상황이든 어떤 사람이든 마주하게 된다고 해도 편협해지지 않고 한계를 정하지 않는 방법을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새로운 환경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한국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면서 느끼는 여유로움도, 같이 팀플을 하는 팀 멤버들과 합이 잘 맞는 것도, 단짝 친구들이 생기는 것도,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할 수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생기는 것도 모두.
현재를 즐기기에 충분하게 사랑스러운 그런 무형과 유형의 것들을 모두, 애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