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도 없지만
취업이 하고 싶어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도 왜 기업들은 낡은 전통인 자기소개서를 요구할까
서울대 졸업장 자체만으로
이를 보유한 개인의 역량과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
기계적으로만 판단한다면
스펙만 나열해 놓고 개인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나온 사람들만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개업 변호사와 의사가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모든 이들이
졸업장이라는 동일한 조건을 갖춘 채
왜 한날한시에 경쟁해야했는가?
에 관한 담론을 시작해 보려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2018년 등장한 JTBC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는 연봉이 몇억에서
몇십억을 호가하는 입시 코디가 붙어,
서울대 의대를 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런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부모님의
벤츠 승용차 뒷자리에 탑승해서
대치동 학원가로 매일 출퇴근을 해서
서울대에 입학하는 사람이 있다.
거꾸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농어촌 지역에서
농업에 종사한 부모님을 둔 자녀는
해당 지역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해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합격했을 수도 있다.
둘 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들,
보고 느끼고 겪은 것들이
절대 같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과 같은
기회균등 전형으로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극소수이며,
한국의 명문대학교들에 입학하는
학생들 부모의 소득 수준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국내 기업들은 부잣집 자녀들을
채용하고 싶어 명문대학교 스펙을
좋아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를 위시한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게임, 스포츠와 같은
환경적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지,
사회의 룰을 지키면서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증명한 것이다.
혹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유흥과 학업
두 가지를 양립할 수 있는 ‘역량’이
대학교 간판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농어촌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사람이 대치동 키즈보다
수능 점수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최소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최고 수준으로
노력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학벌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유지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우리는 높은 학벌에
부러움과 찬사, 때론 질투를
보내는 양가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며,
정치나 경제 권력자의 자녀들이
대입 과정에서 저지른 부정에 대해
유독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대학교 졸업장이 주는 상징성은 명확하지만,
졸업장을 획득하기까지 걸리는 과정은
그 상징성에 비할 만큼 다르다.
그 과정을 겪어야 하는 개개인이
짊어질 십자가의 무게는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
대학교 졸업장뿐만이 아니라,
각종 자격증, 어학 점수도
같은 사실을 시사한다.
대학교 졸업장이 아닌 어학 점수는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혹은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유학 경험을 쌓은 사람의
토익점수 990점이 있다.
또, 영어 교육을 받은 경험이라고는
공교육이 전부인 사람의 990점이 있다.
990점이라는 절대적 수치는 같다.
그러나 이 둘이 해당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거쳐온 과정이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스펙만 나열한다면
990점의 토익 점수는
같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자기소개서’는 이러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하며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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