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기업의 퇴사를 결정하고 나서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고 했을 때
하나같이 ‘그거 돈이 되냐’는 반응이었다.
또 한 가지는, 기술이 이렇게 발전하는데
‘자기소개서라는 제도가 계속될까?’ 였다.
(그리고 퇴사 후 6개월 만에 숨고 앱 1위가 되었다)
둘 다 이야기하자면
돈은 된다. 현대백화점에 재직할 때
내 연봉은 6천~7천만 원 정도였다.
월 실수령 기준으로
신입사원 때는 3백 초반에서
퇴사 직전에는 4백 중반을 받았다.
지금은 실수령 기준으로
비용과 세금을 모두 제하더라도
그 두배는 가볍게 넘게 벌고 있다.
물론 근무시간도, 그 이전에 비하면
2배 이상 줄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퇴사하며 보낸 메일이다. 이후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
그럼 '자기소개서'라는 제도는 계속될까?
나는 단호하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할 수 있다.
AI와의 사랑을 다룬 영화 'HER'에서는
자기소개서뿐만이 아니라
아예 사고를 통해 글 쓰는 일 전체가
하나의 시장 영역으로 자리 잡혀 나온다.
과장하자면 나열된
개인의 스펙을 보지 않은 채로
자기소개서만으로 채용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나열된 개인의 스펙을 보지 않은 채로
자기소개서만으로 채용할지 말지
판가름을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내가 쓴 글은,
나 자신의 내면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AI가 여자 친구가 되어주는 시대에, 되려 대필작가는 직업이 된다. (출처 : 영화 'HER')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처음 채용하는 신입 직원들에게
엄청난 수준의 기술적 업무 능력이나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과나 공과계열이 아닌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기업 현장에서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는 취업에 유리하다고 평가되는
경제나 경영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해당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고,
거기에 맞춰 사업계획이 짜이며.
그 사업계획에 맞게 직원을 성장시킨다.
내가 영업직이 맞다고 생각해도
기획 분야로 발령받을 수도 있다.
이유는 한 가지이다.
기업이 평가하는 개인과
개인이 평가하는 개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채용한 인재를
어떤 유형으로 성장시켜 나갈지는
오롯이 기업의 선택과 판단에 달린 경우가 많다.
다양한 육성 방법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포켓몬스터 '이브이'
나는 이것을 포켓몬스터의
‘이브이’에 비유한다.
포켓몬스터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일반적으로는 다양한 전투와 사회 경험을 쌓아
진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이브이’ 만큼은 ‘진화의 돌’이라는
특별한 아이템을 접촉하는 형태로
진화를 이루게 된다.
진화 전에는 다소 하찮아 보이는(?)
기술들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의 돌, 천둥의 돌, 불꽃의 돌을 접촉시키면
각각 샤미드, 쥬피썬더, 부스터라는
특수 성향을 지닌 캐릭터로 진화한다.
또는 주인공과 친밀도를 높여
더 많은 캐릭터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막 취업시장에 나온 친구들을 기업에서는
‘이브이’로 보는 것이다.
어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지 알 수 없고,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인재를 이끌어가는가에 따라서
성장의 방향 또한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비유하자면 채용 과정에서
당신이 보여주어 할 것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 임을
증명하는 것으로도 큰 성과이며,
합격 확률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다.
진화의 돌을 쥐고 있는 것은 기업이기에,
당신은 피카추나 꼬부기가 아니라
‘이브이’라는 사실만
증명해내면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어떤 기업에 합격하기 위해,
취업준비생이 비용을 내고서라도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관해 첨삭이나,
첨삭에 가까운 대필을 하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기업 담당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높은 비용을 내고
대필에 가까운 첨삭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내실은 하나도 갖춰두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에만 의존한 거라면,
대부분 면접 단계에서 또 걸러진다.
사람들은 AI 채용이
자기소개서를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측하긴 하지만,
AI 채용이 해당 개인의 전사를 프로그램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말
먼 미래의 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차라리 취업 준비생들을
한 날 한 시 한 곳에 모아놓고
주어지는 자소서 문답에
현장에서 즉시 기재하라는 형태로
대필과 첨삭을 제한시키는
형태가 등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다수의 취업 지원자들을
수용해야 할 기업의 시간과
장소 확보 능력으로
귀결되므로, 거대 규모 기업이 아니고서야
많은 제약 사항이 존재한다.
또한, AI가 발전하며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인생의 경험 중 어떤 내용을 선별해
투입해야 할지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 될 것이다.
그 선택마저 AI에게 맡기게 되는 날이 오면
더 이상 기업은 인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리라
(자소서에 복붙을 하다니... 제정신입니까 휴먼?)
이에 더해, AI가 발전해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날엔, 그 AI가 기재한 자기소개서를
감지해내는 AI 프로그램을
기업에서 운영하게 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편법을 활용하며
취업 전선을 뚫는다는 것 자체가 다양한
어려움이 산재하기에, 면접 답변을 스스로 고민하거나
자기소개서 기재 방식을 연구해 나가는 것이
취업준비생 관점에서 훨씬 득이 되는 행위일 것이다.
또한, '묻는 말에 답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경험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쌓아 보는 것 자체가
입사 후 자신의 업무 역량을 높이는 일이 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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