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동시, 늙은 잠자리
어린이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방정환 선생님, 하지만 이야기꾼인 그의 시와 동화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시와 동화를 모은 책이 어엿히 있는 데도 말이다.
방정환의 시, 목록만 보아도 사연이 읽힐 듯하다. 잘 가거라, 길 떠나는, 엄마품, 형제별.... 시대와, 시대못지않은 시인의 고달픈 개인 서사가 시 제목에서 읽힌다,
방정환 시 중에서 필사할 시로 고른 것은 <늙은 잠자리>다. 가을의 정취에 어울리는 시다.
시는 한 편의 연극 같다. 늦가을의 쓸쓸한 정경을 구수한 옛이야기처럼 들려준다. 시에는 우리말의 호칭과 어법, 생태적 긴장관계, 농경시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린이들과 감상하기에 좋은 시다.
그런데 수수마나님은 늙은 잠자리를 재워주지 않고 왜 청을 거절했을까. 이빨 빠진 늙은이라 우습게 보지 않고, 당신은 여전히 곤충계의 제왕임을 일깨워주는 걸까.
마지막은 서글프다.
추워서 한숨 쉬는 잠자리, 지상과의 이별은 피할 수 없는 듯하다. 감나무 마른 잎이 길동무하듯 떨어진다. 다음 날 잠자리는 감나무 이불을 덮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를 뭇 생명들, 시 한 편으로 그 작은 존재를 생각해 본다. 방정환의 다른 시도 찬찬이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