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아주머니라는 여자가 있었다

강아지 해피와 해피 아주머니

by 강승숙

항구에 2년간 근무하면서 해피 아주머니를 알게 되었다. 이제는 이곳에 없다. 저 멀리 해피한 곳으로 떠났다. 아주머니의 부음은 나중에 들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은 해피 아주머니의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남편을 따라 저녁이면 항구의 허름한 술집을 찾았다. 아주머니도 그 집에 자주 들렀다. 모텔 청소를 마치고 난 피로를 풀기 위해서였다. 아주머니는 진상 손님이 남긴 흔적에 대해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말하곤 했다. 드라마를 보듯 몇 날 며칠 그 이야기를 들었다. 말이라도 해야 괴로움이 덜어지는 듯했다.


-일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요. 그래도 대충 일하는 법은 없어요......


아주머니는 수시로 담배를 태웠다. 깊이 빨아들이고 내뱉었다. 이도 성하지 않았고 건강도 좋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말할 때는 예리함이 있었다. 조금 잘 풀렸다면 모델을 해도 좋았을 만큼 외모와 움직임에 멋이 있었다.



해피 아주머니로 부른 까닭이 있다.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해피여 서다. 해피는 살고 싶지 않을 만큼 무너져있을 때 아주머니에게 왔다. 강아지 이름은 해피로 정했다. 날마다 해피 해피하면서 아주머니는 살아났다. 하루는 사진작가인 남편에게 강아지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전에 강아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일이 있은지 얼마 뒤였다. 골목을 지나는데 통곡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였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해피는 아주머니에게 위안이었다. 아주머니는 걸음마하던 첫 아이를 호수에서 잃었다. 그 뒤 내내 험하게 일하고 외롭게 살았다. 한 번쯤은 해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해피 해피 부르며 강아지를 키웠는데 그 강아지 마저 죽었다. 가엾은 여자, 아주머니 등을 쓸어주었다.


근무지가 바뀌면서 항구 마을에서 본거지인 춘천으로 들어왔다. 해피 아주머니는 일 년에 한 번쯤 전화를 했다.


- 그 사람이 폭력을 써요......


그 남자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해피한 날, 좋은 날이 오는구나 했다. 마당 있는 집에서 된장도 담그고 고추도 말리면서 살겠구나 했다. 남편과 그 집에 들르는 상상까지 했다. 그런데 남자는 성냥개비처럼 마른 아주머니를 때렸다.


어느 날 해피 아주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주머니는 말 한마디 못한 채 병원에 있다고 했다. 전화를 걸어보았다. 받지 않았다. 깨어나기를 바랐는데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해피 아주머니를 그린 날들이 많았다. 차근차근 그 쓸쓸한 기록들을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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