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푸른 동그라미 속 나

동시 `숨 `을 읽다

by 강승숙

시를 고르는 일이 힘들었다. 비를 노래한 시를 고를 수도 없었고 아무 일 없는 듯 딴전 피우는 시를 고르기도 힘들었다.


자정이 다 되도록 아무도 모르는 고민을 하면서 수 권의 시집을 읽었다. 이번 주는 시요일 전달을 쉬어야 하나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 김물 시인의 시집 <오늘 수집가 >를 보았다.


페이지를 넘기다 멈췄다. '숨'이라는 시에서다.



숨을 불어넣은 비눗방울이 떠다니던 공간은 어느 순간 거대한 우주 공간으로 바뀐다. 상상의 거대한 그 무엇이 후~숨을 불어 푸른 지구를 만든다.


그 속에 우리가 있다. 구름이 흐르는 그곳에 지구가 구르고 그 안에서 우리의 하루, 일상, 삶이 흐르고 구른다.


구르는 지구, 무심히 구르던 지구는

무섭게 소리 지르고 퉁퉁 몸을 구르면서 물덩이, 흙더미를 쏟아냈다. 휩쓸려가고 무너지고 뿌리 뽑혔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푸른 동그라미는 고요히 구르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마고할미 치맛단을 붙들고라도 불어난 개천을, 집 앞까지 몸을 비틀며 꿀럭꿀럭 밀려드는 싯누런 물을 건넜어야 했다, 차마 건너지 못하고 푸른 지구 저 멀리 가버린 이들......


엎드려 흐느끼던 우주의 푸른 동그라미, 그 안의 점, 점 속의 점점점으로 존재하던 모든 이들이 다시 일어난다.


씻고 먹고 눈물을 닦고 마트에 간다, 회사에 간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유모자를 끌고 햇빛을 맞이하러 간다.


시를 보내고 나니 답글이 오기 시작한다.


우린 말하지 않아도 시 이전 우리가 본, 들은 것들 , 누군가의 눈물과 허망함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내 일이 될 수도 있기에 슬퍼지는 것이다.


그렇다. 우린 구르는 지구에 잠시 몸을 얹어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우주의 시간에서 점 같은 시간을 살다 가는 것이다.


슬프고 화날 때 후, 하고 불어봐야겠다. 비눗방울을 상상하며, 푸른 지구를 상상하며......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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