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두

1964년도 4학년 어린이의 시

by 강승숙

오래된 어린이 시집 <일하는 아이들>을 들춰보았다. 돌아가신 이오덕선생님이 가르친 어린이 시모음이다


시집엔 1952년에서 1977년까지 쓴 시들이 담겨 있다. 1978년에 초판이 나왔다,


자두라는 시가 마음에 들어 필사를 시작했다


어릴 때 생각이 난다, 윗동네에 자두밭이 있었다
그 자두밭을 지나다니며 자두 하나 굴러 떨어지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장대비 쏟아지는 날 열 살 계집아이는 세숫대야를 뒤집어쓰고 자두밭으로 달려갔다. 너무 익어 쩍 벌어진 채 떨어져 있는 자두, 한입 베어 물자 달달한 즙이 입안에 가득 고였다.


자두를 가득 주워 담은 대야를 이고 어린 나는 옷이 홀딱젖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자두 맛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립다.


자두철이 돌아오면 그 시절이 그리워 자두를 사러 나간다.

그러나 그 시절, 그 자두는 없었다. 그 자두는 비 오는 날 자두밭에 떨어진 걸 주워 먹어야 나는 맛이다. 오래오래 기다린 끝에 느낄 수 있는 간절한 맛이다,


필하한 시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답글이 온다. 다른 날보다 더 길어진 답장들.....


곽 선생님 답장;

글을 읽고 저도 군침이 돌아서 혹시나 하며 퇴근길에 동네 슈퍼에 갔는데요, 자두는 아직이네요. 아쉬운 마음은 뒤로합니다..
어린이듵이 달고 짜고 매운 간식을 언제든 척척 사 먹을 수 있는 요즘이다 보니 무언가 익어가는 것을 한참 기다리며 지켜보는 경험이 참 귀해진 것 같아요. 이 시의 정서... 어린이들과 곱씹어보겠습니다.


나의 답장:

샘 글엔 늘 깊은 생각과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교단일기 꾸준하게 쓰면 좋을듯합니다
슈퍼에 들렀군요 제가 시를 너무 일찍 올렸나 봅니다. 천도복숭아는 나왔는데 자두는 더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이 시의 정서 곱씹어보겠다는 그 마음이 참 이쁩니다.


한 선생님 답장:

으어어우으어, 진짜 선생님 글이 저를 그 시절로 데려 가 주셨어요. 감히 알지도 못하는 그 시절 그 감성을 똑같이 1초 정도는 느낀 듯싶은걸요..


요새 아이들은 마이쮸나 초콜릿 간식이 너무 달아서 과일이 단지도 모르더라고요. 샤인머스켓이나 스테비아 방울토마토는 되어야 달다고 느끼나 봐요.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자기를 사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자기 절제라고 하더라고요. 요새 저도 핸드폰을 달고 살아서 그런지, 정말 와닿는 말이었어요! 저도 자두가 달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순간 무서웠어요. 이 시는 동화 같고 달콤한데, 나는 메마르면 안 되는데 싶은 무서움이요......


후배 교사의 답장을 읽으며 요즘 세태를 생각한다.

교사의 고민을 생각한다.


많이 아파서 학교를 쉬게 된 후배에게 답장이 왔다. 아픈데도 시요일 답장을 거르지 않는다.



마음이 아릿해진다. 비를 맞으며 주운 자두 한 대야 후배에게 보내고만 싶다.


시를 고르고 필사하는 일이 어느덧 그리움을 나누는 일이 되었다. 위로하고 다독이는 일이 되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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