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시선을 메운 간판들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온갖 삿된 건조물들을 집어삼키고 마침내 지상의 풍경에 떠오른, 또 잠식한 간판들에 도시는 늘 요란하고 혼란하다. 그들이 입은 텍스트는 사소해 차마 손가락질하기도 민망한 욕망부터 불법, 외설까지 다양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뻔뻔함 이면에 밀착된 진정한 저의들은 하나같이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확실한 것은, 이제 그런 간판을 거리낌 없이 내거는 것도, 그런 간판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부속을 닮아가는 도시와 도시를 향유하며 젖어가는 부속들. 미학적인 안배 따윈 오늘날 실종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