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튀르키예 (1)
이스탄불 공항에서 하바이스트 버스를 타고 탁심광장에 내렸을땐 밤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에어비앤비 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주말밤 붐비는 인파 사이로 큰 캐리어를 끌고 가기엔 처음 발딛는 나라였고 장시간 비행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기에 택시를 탔다. 혹여나 여행객에게 요금을 따블로 받는 경험을 첫인상으로 남긴 싫어서 확정 요금을 부르고 택시에 탔다. 요금을 깎아주기까지 했으니 괜한 의심에 미안함이 생겼지만. 여행을 계획할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들이닥쳤다.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데 택시 기사가 창문을 아주 조금만 내린 채 택시 안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 뭐하는 짓이냐고 묻고 싶었으나 이 나라에선 이게 당연할 수도 있나?라는 체크가 안된 상황이라 일단 가만히 있었는데, 한국의 일반적인 담배와 다르게 굉장히 독했다. 아무리 헤비 스모커인 흡연자라 하더라도 이정도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연기자욱한 차 안에서 콜록대며 숙소에 도착한 게 튀르키예의 첫 밤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기도 전 인터넷에 검색했다. 기준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2020년도 기준 OECD 회원국 중 흡연율 1위가 튀르키예란다. 길가는 물론이고 식당 안, 카페 안에서도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흔하다고 한다. 이건 생각지 못한 변수다. 평소 적당한 담배냄새에 과민하리만큼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작은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라면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연기 안에서 숨을 쉬는 정도면 간접흡연도 아니지 않을까. 너무나 직접적이다! 짐을 풀며 보니 깔끔한 에어비앤비 내부에도 테이블 위, 창가에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다행히 혼자 쓰는 방이니 머무는 동안은 쾌적하게 보내야지 생각하며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유럽식 창문 밖으로 동양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스탄불에서의 첫 아침. 도심과 가깝지만 메인 광장에선 좀 떨어진 마을에 숙소를 잡았더니 아침에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큰 개들이 짖는 소리도 들리고 평화로웠다. 숙소의 창문은 마을에 작은 공원 같은 놀이터 뷰였다. 커피를 내려마시고 바람쐴겸 놀이터에 나가봤다. 고양이의 나라답게 숙소 계단부터, 놀이터로 가는 횡단보도, 놀이터 입구, 미끄럼틀 위, 그네까지 모두 고양이가 햇살을 쬐며 누워있었다. 사람을 피하지도 않는다. 피하긴커녕 강아지처럼 내게 다가와 한번 슥 스치고 다시 햇볕으로 가서 누웠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고양이가 관리되지 싶을 정도로 동물과 사람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디든 누워서 평화롭게 자고 있는 광경. 그리고 어디에나 놓여있는 고양이 사료.
놀이터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 부모 역시 입엔 담배가 물려 있었다.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이나 다른 부모들이 뭐라 하지 않는 걸 보면 아, 정말 여기에선 이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구나. 그래도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될 만큼 독하고 어딜 가나 연기가 자욱했다. 이후 여행 내내 커피를 즐기던 카페에서도, 식당에서도. 물론 레스토랑 안쪽 내부는 비흡연 좌석이었지만, 창밖은 당연하고 창가에 있는 실내 좌석에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흔했고 그러라는 듯 재떨이가 놓여있었다. 뚜벅이 생활자를 계획한 여행이었는데 걸을 때마다 보이는 평화로운 고양이들이 낯선 곳에서의 친근감을 주면서도, 어딜 가나 독한 연기에 코끝이 찡한 기억. 여행의 막바지엔 목감기과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다. 카이막과 터키쉬 딜라이트만 생각하며 참 달달한 나라일 줄 알았는데, 튀르키예는 정말 고양이와 담배의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