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무슨 생각 하세요?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정체 모를 감기 바이러스. 평소라면 무감각했을 미간쯤, 그러니까 눈에서 눈물이 눈 밖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미간 속 어딘가를 타고 코를 간질이는 것 같은 불쾌함. 훌쩍하고 들이마시면 머리라는 구 형태의 중앙 정도에 이물질이 걸린 듯한 답답한 호흡. 칼을 삼키는 듯한 편도 통증과, 입과 폐가 이어진 곳은 여기쯤이구나 간질간질 체감하게 해주는 기관지의 감각. 누우면 머리가 핑 도는데 그렇다고 앉거나 서있자니 양쪽 관자놀이가 어질어질한 기운. 이 모든 기운이 ‘지나가는 감기’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는 게 억울하리만큼, 매번 아프다!
어릴 적 감기가 오면 그날만큼은 집에서 내가 1순위 였는데. 유치원도 안가고 엄마가 끓여준 죽을 먹고 이불을 포옥 덮고 자다가, 머리가 어질어질해 화장실을 가는 동안에도 징징거리고. 저녁 시간이 되면 아빠는 퇴근하며 평소 사주지 않던 간식 같은 걸 꼭 하나씩 사 왔더랬다. 코가 막히고 입맛이 없어 내가 알던 속세 쿠키의 맛은 아니었을지언정 나를 위해 이걸 사 왔다는 사실이, 다들 나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철없게도 참 행복했었다.
직장인이 되어보니. 답은 하나뿐이다. 아프지 말기. 감기 하나로도 스스로 입는 타격이 크다. 일의 효율은 당연히 떨어지고, 그럼에도 모든 게 핑계로 보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더딘 몸과 달리 정신은 더 분주해진다. 팀장님께든 동료에게든 심한 감기라고 하면 모두들 쉬라고 하실 테지만, 괜찮냐는 걱정의 (때론 예의상의) 질문을 듣는 자체가 상당한 부담감이자 그들에게도 안부 걱정이란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꾹 참는 방법을 택한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서 이비인후과를 간다. 약국 약으론 안되니까, 센 걸로 처방해 주세요. 저 빨리 낫고 싶은데 주사라도 맞을 수 없나요? 아침 약부터 먹으면 되죠? 질문을 쏟아내고 진료실에서 나오면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많이도 앉아있다. 단 하루라도 병원에 아무도 오지 않는 기적 같은 날이 있을까? 다들 이렇게 살아가나 봐. 그렇게 약을 때려 넣고 약물을 주입하고 시름시름 힘없는 하루를 겨우 켜본다. 기침이라도 없는 감기면 티가 안 나니 다행. 그냥 환절기라 마스크 썼어요!
모두 아프지마세요.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