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한강은
그대 오는 길목
-오늘 한강은
계절도 가고 시절도 가고
사람도 가고 사랑도 가고
타산도 없이
무엇을 믿어 아직 들꽃들 피어 있으리
누구를 믿어 여직 들국들 남겨져 있으리
신념도 없이
철 되면 저 바람은 그저 맘 상할 뿐이고
때 되면 저 파랑도 그냥 주저앉을 일이다
사람도 사랑도 어제도 오늘도
저물었다 보냈건만 날 밝았다 오는구나
북으로든 남으로라도
어둔 강 밀치고 그대 오는 길목
누굴 기다려 마중하느냐
누가 떠나려 배웅하려냐
고된 날개 잠시 접었다가 다시 펴는 길
온밤을 쉬었으니 거뜬히 나는 길
세상은 그래서 차운 바람도
그대 오는 길목에서는
살가운 기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