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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 강

- 강 이야기 56~57

by 명재신

실의 강

- 강 이야기 56


속 편하게 흐르고 있는

저 강은

속엣 것들 어찌 간직하고 있으랴


실속 없이 다 퍼주어

어쩌면 속빈 강정일 수도

허구한 날 밤을 지새우느라

진주 한 톨이라도 키우고 있으리


호시절은 지금, 노랫가락도 좋고

곡소리 나는 팔자, 울음소리라도 괜찮겠다


술술 뽑아내고

무엇이라도 설설 쏟아내며

누에 실처럼, 거미줄같이


무궁무진한 생애

밤새도록 흥청망청 뽑아 쓰다가

다 빼먹고 나면 가볍게

저 실바람에 찰랑찰랑

다 부리고 나서 가벼웁게

나비처럼 훨훨

빈 배 띄워 다시 기적을 높이 울려라


나 여기 살아 남았어요,

지금 그댈 향해

부지런히 흘러가고 있어요


채우고 비우고

여념은 없어도 그렇게 흐르고 있으리






하루의 강

- 강 이야기 57


가다 보면 제자리

돌고 돌아


언제 해도 된다면 애시당초 없던 일이고

누가 와도 된다면 이 자리 있을리 만무하고


이래도 되고 저래도 좋다하면

속이라도 편하겠다만

하루에도 몇 번을 왔다 갔다

실속은 하나도 없는 일 되짚어보니 맹탕 뿐


어제의 강도

오늘의 강도

내일의 강도


어디만큼 흘러 왔는지

얼마만치 더 가야 하는지 셈이라도 해 봐야지


하루의 강이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의 일로

오늘도 아득하여라.



가벼웁게 가볍게 떠오르는 일출만 같이 빈배로 떠나가는 아침의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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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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