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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아 Mar 06. 2023

살생하지 말라

솔직하게 쓰고 詩 라고 우기면 시가 된다 04


살생하지 말라


유선아


다시 찾아간 관음보살은 웃고 있었다
지켜주겠다던 약속을 지켰다는 듯 희미하게

그래도 계속 지켜주세요
지난날이 자꾸 떠올라 그러니 버리지 마세요

황금괴를 안은 그녀가 팔을 여럿으로 뻗어
그러마, 하고 40번쯤 약속했다

돌아와 고속도로를 달리며 살생을 저지른다
지켜달라 해놓고 염치도 없이

불가의 가르침을 장장 몇 백 킬로미터 어기며
무수한 벌레가 차창 앞에 숨을 거둔다

내가 탄 차의 속력은 죽음의 속도인

빗방울처럼 맺힌 시체는 흘러내리지도 못하고
카르마처럼 붙어서 집 앞까지 쫓아왔다

어깨에 업을 지고 갚아 나가야 할 시간
벌써부터 억겁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휴휴암에 다녀왔습니다


보리암에서 만난 분을 다시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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