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인생(출소자의 편지)

by 지와 사랑

내가 K를 처음 만난 건 7년 전 ㅇㅇ작업장 담당을 할 때였다. 2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 20여 명의 수용자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외국인 수용자들이 절반이 넘었다. 당시 K는 50세의 중국인(조선족) 수용자였다.

작업 성과에 따라 작업장려금을 받았는데 개인별 성과가 아니라 작업장별 성과에 따라 균등하게 지급하고 있었기에 젊은 수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나이 많은 수용자들은 젊은 수용자들에 비해 80%도 안되는 실적이었던지라 알력이 있었고 다툼이 일어나곤 했다. 그때마다 난 전체의 입장에서 젊은 수용자들을 이해시키고 나이 많은 수용자들을 감싸주곤 했다.

다툼이 있었던 어느 날 K는 젊은 수용자들한테 피해를 주기 싫으니 자신을 다른 작업장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내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그냥 있으라는 얘기를 한 후 K와 6개월여를 함께 지냈다. 나와 나이가 같은 K에게 관심이 많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았더니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 한국에서 조선족 여자와 동거하던 중 동거녀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에 다툼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10년형을 선고받고 2년여의 수용생활을 한 친구였다.

내가 다른 작업장 담당으로 간 후에도 K는 ㅇㅇ작업장에 계속 있었는데 대전에서 3년 만에 돌아와보니 개방작업장에 출역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8년을 넘게 수용생활을 했는데도 가석방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관계과에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것 같은데 신경 좀 써달라는 부탁을 하여 관계과에서 떨어지더라도 한번 올려보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더니 심사에 통과해서 가석방 혜택을 받게 되어 출소해서 중국으로 가게 되어 뿌듯한 마음이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K의 편지에 가슴이 찡했다.

짤막한 1쪽 편지가 내 마음 깊은 곳에 파고들었다. 평소 말이 거의 없었던 K였기에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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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 이렇게 늦었습니다.

늘 신경 써 주시고 걱정해 주신 덕분에 보호소에 잘 왔습니다.

9년여의 수용생활 속에서 배번 뵐 때마다 따뜻한 말씀으로 다가와 주시는 계장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 갖고 살았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무척이나 길다고 합니다.

언젠가 만나 뵙게 되면 감사한 마음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허물어진 인생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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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 내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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