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도관 선배의 퇴임사

by 지와 사랑

교도관 생활을 하다보면 지나온 시간중 수용자들과의 관계에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있다. 퇴임하는 선배들에게 지금까지 몇 명의 수용자를 교정교화 시켰냐? 고 물어보면 몇 명을 교정교화 시켰노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 그것도 삐뚤어진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을 바로 잡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퇴임하는 선배들의 퇴임사중 가장 많은 내용은 공직생활하는동안 큰 과오 없이 퇴임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어떤 선배가 자신이 교도관 생활하면서 가장 아픈 기억을 말했다. 사동담당할 때 A란 수용자가 있었는데 성질이 어찌나 급하고 꼴통 짓을 하며 괴롭히는지 힘들었다고 한다. 담당 말은 그래도 듣긴 했지만 성질이 워낙 급하고 고약해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는 A가 퇴근 무렵 자기 말 좀 들어보라고 하기에 지금 퇴근해야 하니까 내일 하라고 했더니 지금 안 들어주면 죽을 거라고 말해서 바쁘니까 내일 하라고 다시 말했더니 지금 안 들어주면 진짜 죽을 거라고 해서 죽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 후 퇴근했는데 그 다음날 출근해보니 직장분위기가 안 좋아 혹시 A가 죽은 게 아닌가? 확인해 봤더니 진짜로 죽어있었더라며 지금도 그때 퇴근을 좀 늦게 하더라도 A의 말을 들어줄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는 얘기를 하며 수용자가 심각하게 얘기하면 한번쯤 들어보라는 얘기를 남기고 후배들 곁을 떠났다.

그 선배는 평소 내가 좋아했던 선배라 그의 말이 순간순간 떠오른다.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면 나도 그 선배처럼 그때 내가 아무개에게 ~~게 해주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건만 지나고 나면 개운치않은 여운을 남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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