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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Apr 20. 2022

도전! 취미요리

에디터 콜리

  요리를 잘하는 건 매력이 되나 보다. tvN 하트시그널 같은 관찰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매 시즌마다 요리를 잘하거나, 심지어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출연진 중 한 명씩 꼭 있다. 출연진이 한 자리에 모이고 나서 처음으로 건네는 질문이 ‘혹시 요리 좋아하세요?’ 일 정도다. 매 시즌마다 그런 사람을 출연진으로 넣을 만큼 요리를 잘하는 게 매력 어필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서에 요리 실력 상중하 체크 란이라도 만들어 뒀는지, 어떻게 그런 사람을 쏙쏙 골라 섭외하는 걸까 궁금한 건 덤.

tvN <하트시그널> 유튜브 캡처

  그런 내게 유튜브 알고리즘이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라는 채널을 추천해줬다. 요리 좋아하는 남자, 요리 잘하는 남자도 아니고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라고 구체적으로 정체성을 밝힌 채널명에 끌려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요리를 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취미라고 하니, 정다정 작가의 웹툰 ‘역전! 야매요리’처럼 고급스럽진 않아도 집에 있는 재료들로 자기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는… 투뿔 한우 등심을 수비드(수비드가 뭔지도 난 모른다)해서 스테이크 굽고, 난생처음 들어봐서 이름도 기억 안 나는 허브류를 캐비어와 함께 곁들여 먹는 등 어마어마한 음식 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하시는 분이었다. ‘취미’라는 단어에 배신당한 기분이었달까. 취미로 요리를 한다는 게 진정 이런 수준인 건지, 요리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기준이 뭔지 궁금해졌다.

  마침 교환학생을 와 있어서 직접 음식을 해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궁금증이 생긴 참에, 직접 요리를 해 보고 나도 ‘취미로 요리하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어떤 요리를 해볼까


  막상 요리에 도전하려니 무슨 음식을 해 먹어야 할지 막막했다. 자취생의 식사가 으레 그러하듯이, 지금까지는 나도 딱히 명칭을 정하기 애매한 생존형 음식을 해 먹었기에.  몇 가지 기준을 세워 내가 도전할 요리를 정해야 했다.


  1.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비주얼이 좋은 음식

  아무리 생존형 요리를 해 온 사람이라고 해도, 이왕 만드는 거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고르고 싶었다. 나의 요리 실력에 자신이 없는 만큼, 보기 좋아야 먹어 볼 용기도 날 테고 말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이 글에 담을 테니 약간은 자랑할 만한 비주얼을 갖춘 음식이길 바랐다.

  2. 나중에도 여러 번 써먹을 수 있게 여러 음식의 바탕이 되는 음식

  이렇게 작정하고 제대로 요리를 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한 번 익히면, 조금씩의 변주만으로도 여러 메뉴를 요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요리 과정 중간에 꿀팁이 많은 요리면 더더욱 좋겠고!

  3. 방법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 음식

  사실상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수비드하는 방법을 익히면 유용하다고 해서 수비드를 따라 할 순 없다. 꼬막비빔밥이 먹고 싶다고 꼬막을 하나하나 손질하고 있을 순 없다! 백종원 선생님의 유튜브에 등장할 만한 난이도의 음식으로 선정했다.

  4. 영국에서 재료 및 도구를 구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

  교환학생 생활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테니 한식을 만들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국 마트에는 해물파전에 필수인 부추를 안 판다. 비빔국수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소면도 안 판다. 내가 지금 속한 환경에서 가능한 요리로 골랐다.


  이렇게 4가지 기준으로 선정된 음식은 아래와 같다. 세 가지 음식을 골랐으며, 난이도 기준으로 가장 쉬운 음식부터 도전했다. 요리하고 나서는, 난이도, 맛, 비주얼, 재도전 의사라는 4가지 척도를 내 나름대로 평가해 봤다.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

난이도: 1 / 5

맛: 3.5 / 5

비주얼: 4.5 / 5

재도전 의사: 5 / 5


1. 아보카도 씨를 제거하고 가로로 썬다.

2. 토스트기에 구운 빵 위에 치즈를 올린다.

3. 치즈 위에 햄을 올린다.

4. 햄 위에 전자레인지로 만든 수란, 자른 아보카도를 올리고 후추, 파슬리를 뿌린다.

* 수란 만드는 방법: 끓인 물을 담은 컵에 계란을 하나 까 넣고,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린다

  방법도 간단하고 살짝 삼삼한 맛 때문에 건강식을 먹는 느낌이 들어 먹고 나면 괜히 뿌듯하다. 파슬리를 뿌리니 비주얼도 훌륭하다! 자취생의 색색깔 플라스틱 접시가 크게 미스이긴 하지만 샌드위치의 비주얼 자체는 과장 좀 보태서 마치 브런치 가게에 온 것 같다.

  맛과 비주얼을 위해 수란을 올리고 싶었는데, 내가 살면서 본 수란 만드는 모습은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가 다라 엄두가 안 났다. 최고의 셰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수란을 감히 내가 어떻게 하겠나. 심지어 내 기억에 의하면 그 도전자들도 수란 만들기에 자꾸 실패했다… 그런데 한국인은 블로그의 민족 아니던가. 전자레인지를 써서 1분 만에 수란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블로그에서 발견했다. 정말 간단한데, 꽤나 그럴듯한 비주얼로 완성된다. 1분보다 오래 돌릴 경우, 노른자가 터져 전자레인지 전체를 닦아야 하니 1분만 딱 돌릴 것. 어떻게 알았냐고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꼭 이 음식이 아니어도, 전자레인지 수란은 여기저기 올려 먹기 좋다. 샐러드에도 올려먹고, 계란 후라이가 국룰이긴 하지만 가끔 김치볶음밥에도 올려 먹었다.

  오픈 샌드위치는 꼭 이 재료로만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니, 빵과 치즈 같은 기본 재료만 갖추면 어떤 샌드위치로도 변용이 가능하다. 나는 빵+치즈 위에 계란을 으깨서 올리기도 하고, 바나나를 잘라 올려먹기도 했다. 내 입맛에는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가 가장 맛있긴 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먹기에 최악인 음식 1위다. 수란은 줄줄 흐르고, 아보카도는 자꾸 미끄러지고 떨어져 온 손과 입에 다 묻히며 먹게 된다. 혼자 즐기거나, 서로 엉망진창이 된 모습에 깔깔대고 웃을 친구들과 먹기를 추천한다.

 *친구들의 소감: 너무 맛있어서 중독됐다. 같이 해 먹은 이후로 거의 매일 해 먹고 있다. 매일 최대의 관심사가 사 둔 아보카도가 내일 샌드위치를 해 먹을 만큼 익었는가다.



불닭 로제 파스타

난이도: 2.5 / 5

맛: 3 / 5

비주얼: 3.5 / 5

재도전 의사: 3.5 / 5


1. 파스타면을 8분 정도 삶는다.

2. 면수를 따라낸 팬에 오일 파스타를 만드는 건가 싶을 정도로 올리브 오일을 많이 붓고 면을 볶는다. (다진마늘, 양파, 햄 등 곁들일 재료가 있을 경우 함께 볶는다.)

3. 면을 볶다가 우유와 불닭소스를 넣는다.

4. 소금과 후추로 기본 간을 하고, 굴 소스를 넣을 경우 감칠맛의 클라스가 달라진다.

  별다른 식재료가 없는 날, 파스타면, 우유, 불닭소스만으로 만들 수 있는 초간단 파스타다. 보통 파스타는 시판 파스타 소스를 써서 만들어 먹는 게 가장 간단하고 맛있지만 가끔 사다 둔 시판 소스마저 똑 떨어진 날 추천한다.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를 섞어 로제 파스타를 만드는 오리지널 레시피와 달리 불닭소스로 붉은색과 매운맛을 내 한국인 입맛에 딱이다. 불닭소스 대신 고추장을 넣어서도 요리해 봤는데, 나는 불닭 소스 버전이 더 맛있었다.

  굴소스가 없다면 안 넣어도 되지만 넣을 경우 환상의 맛이 되니 꼭 넣을 것을 추천한다. 특히 몇 가지 종류의 굴 소스 중 이금기 굴 소스가 가장 구하기도 쉽고 맛있다. 면을 냄비에 삶고 재료를 팬에 볶아 두 가지 설거짓거리를 만드는 대신 면을 삶은 냄비나 팬에 재료를 넣어 요리하는 것을 원팬 파스타라고 하는데, 나는 이 파스타를 만들 때마다 원팬 파스타 방식으로 만들어 정말 간편하다. 이렇게 간단한데도 불구하고 별점이 어딘가 애매한 2-3점 수준인 이유는,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리할 때마다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 요리했을 때 그 감칠맛에 놀라서 몇 번 더 만들어 먹었는데, 처음의 맛이 안 났다. 실패의 이유를 추측해 본 바로는 오일의 양, 우유와 불닭 소스, 굴 소스의 양의 황금 비율을 찾는 것이 미묘하게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단순 크림소스가 아니라 우유와 매운맛의 조합이라, 모든 파스타면에 어울리는 건 아니다. 보통 파스타 하면 스파게티면만을 떠올리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면을 즐겨 먹는데, 불닭 로제 파스타가 원체 맛있으니 다른 종류의 파스타면으로도 요리를 시도해 보았다. 3가지 치즈가 든 토르텔리니(안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빚은 만두 같은 형태의 파스타)와 검은콩 100%만으로 만든 검은콩 면으로 만들어 먹었을 때는 꽤나 끔찍했다. 결국 일반 스파게티면으로 해 먹는 게 가장 맛있었다는 결론이다.

 친구들의 소감: 우유와 불닭 소스의 조합은 실패할 수 없다. 굴 소스+우유+불닭 소스 맛의 소스를 따로 만들어 팔아도 될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마늘과 다량의 기름을 넣었을 때가 가장 맛있었다.




제육볶음

난이도: 4 / 5

맛: 4 / 5

비주얼: 3.5 / 5

재도전 의사: 4 / 5


1. 돼지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양파, 감자, 파 등 곁들이고 싶은 채소도 한 입 크기도 자른다.

2. 익는데 오래 걸리는 감자를 약간의 물과 먼저 끓인다.

3. 감자가 반 이상 익으면 돼지고기와 다른 채소를 넣는다.

4. 설탕,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을 넣고 볶다가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 마무리한다.

   한 번 요리법을 익히면 뭐든 볶아먹을 수 있는 마법의 레시피다. 제육볶음을 간하는 데 사용한 설탕,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으로 오징어 볶음을 해 먹어도 되고 닭볶음탕도 사실 같은 양념 베이스다. 주재료만 달라질 뿐이다. 심지어는 떡볶이 소스에도 이 재료들을 넣는다고 한다. 제육볶음에는 보통 다진 마늘을 추가하던데, 나는 있을 때는 넣고 없을 때는 넣지 않았는데 내 입맛으로는 큰 차이를 못 느꼈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난이도에 높은 별점을 매긴 이유는 각 재료별 계량이 어렵기 때문이다. 4가지를 넣으면 된다는 건 알겠는데, 각 재료별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도통 외우기가 힘들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비율이 다 달라서 블로그들도 하는 얘기가 다 다르다. 결국 매번 레시피를 찾아본 뒤 제일 첫 번째로 검색되는 블로그의 계량을 따라 하기 일쑤다. 그렇지만 레시피 검색이 귀찮을 뿐 어떤 계량법을 따라 해도 늘 맛있게 완성된다.

  나는 교환학생 생활로 인해 자취생 스타일 요리를 시작하기 전까지 진간장과 국간장의 차이를 몰랐다. 지금도 정확한 차이는 모르지만, 진간장은 단맛이 더 있고 볶음류에 잘 어울리며 국간장은 색이 옅고 짠맛이 있어 찌개류에 넣는다. 자취생으로 살아본 바 둘 중 하나만 구비해야 한다면 나는 진간장이 더 활용하기 좋았다. 국은 많이 요리해 두었을 때 볶음에 비해 보관이 어려워서 보통 밥과 같이 먹을 반찬으로 국보다 볶음을 많이 요리했고, 국 외에는 사용할 요리가 마땅치 않은 국간장에 비해(인터넷 검색 시 나물무침에도 사용한다고 하는데, 나물을 직접 무쳐먹는 초보 요리인이 몇이나 되겠나) 진간장은 볶음류 외에도 간장계란밥 같은 자취생 필수 요리에 잘 활용된다. 심지어 외국이라 국간장을 구하는 게 진간장에 비해 어려워서 미역국을 끓일 때 진간장을 넣은 적이 있는데, 못 먹을 맛은 아니었다!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요리 왕초보인 독자께서 이 글의 사진을 보고 자취생 한 명은 보통 저 정도 양을 만들어 먹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나눠먹기 위해 저만큼을 만들었고, 총 5인분에 달하는 양이었다… 저 팬이 일반적인 후라이팬이 아니라 웍이라는 것을 알면 양이 대충 상상되실 거다.

  친구들의 소감: 친숙한 집밥 스타일 음식이다 보니 SNS에 자랑할 만한 비주얼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밥에 비벼서 한 입 먹는 순간 역시 빨간 맛이 최고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장인이 아니니 도구를 탓한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 아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새로 요리 살림을 꾸려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적어보았다. 내가 생각할 때 필수인 것들 순으로 나열했다.


필수 도구: 냄비, 후라이팬, 칼, 집게, 국자, 도마
필수 재료: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진간장, 다진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국간장, 참기름, 파슬리


  우선 제육볶음에서 언급했듯이 진간장 국간장 중 하나를 택하라면 진간장이 활용도가 높다. 솔직히 참기름은 없어도 살 수는 있다. 그러나 한 통 구비하는 순간 모든 음식의 마무리 단계에 참기름 한 바퀴를 두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볶음류의 요리 마지막에 더하는 참기름 한 바퀴나, 간장계란밥의 참기름 한 숟갈은 맛의 퀄리티를 확 높인다.

  여러 종류의 기름이 있지만 콕 집어 올리브 오일을 적은 이유도 활용도가 높아서다. 목적별로 다양한 기름을 구비할 게 아니라면, 올리브 오일은 식용유 대용으로 써도 되고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 같은 빵류에 뿌려먹기에도 좋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에 파슬리가 왜 들어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나 혼자 먹기 위한 음식을 요리한다고 하더라도 이왕이면 군침이 돌도록 꾸미면 더욱 좋으니까! 파슬리는 필수도 아니고, 뿌린다고 해서 맛의 변화를 크게 가져오지도 않기 때문에 왕초보 요리계의 사치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파슬리 한 번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비주얼이 몇 배는 산다. 몇 천 원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도와줘요 슨생님들


  보고 따라 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요리 취미인으로 거듭나는데 전문가를 참고하는 건 굉장한 도움이 된다. 특히 영상 콘텐츠가 유용하다. 국물이 걸쭉 해 지기 시작하면 양파를 넣으라는데, 지금 내 국물이 걸쭉한 상태인지 여전히 한강인지 글과 JPG 만 보고 판단하기엔 나의 요리 실력이 아직 초짜기 때문이다. 그리고 멋진 요리 콘텐츠를 보면 요리에 도전하고 싶어지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요리를 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에게 백종원 선생님이 마치 바이블과 같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여기서는 백쌤을 제외한 다른 선생님들을 추천하겠다.


1. 역전! 야매요리

네이버 웹툰 <역전! 야매요리> 캡처

  이름에 이미 나타나듯이 전문 선생님이 아니라 ‘야매’ 선생님이기 때문에 꼭 보고 따라 하라고는 못하겠지만… 요리에 흥미를 갖기에 이보다 좋은 콘텐츠는 없다. 이 글의 제목도 여기서 따왔다. 역전! 야매요리는 ‘양파를 양팟양팟!’, ‘후추를 후추후추!’ 등의 멘트를 치는 것으로 유명한 네이버 웹툰이다. 허브 대신 깻잎을 넣고 밀가루 반죽을 직접 하는 게 귀찮아 만두피를 잘라 넣는 등 모두 자취생도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ml, g처럼 계량컵이나 전자저울이 있어야 잴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 아빠숟갈, 밥공기 등의 계량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매력이다. 대충 하는 듯 보이지만 나름 정확한 계량을 제공하는 데다 가끔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 웹툰을 보다 보면 나도 이 정도 요리는 하겠는데?라는 자신감을 갖기에 좋다.


2. 꿀키

유튜브 채널 <꿀키> 캡처

  평화로운 분위기의 영상미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유튜브 채널이다.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는 요리 유튜버기 때문에 이제 막 요리에 도전하는 이가 따라 하기 쉽진 않지만, 완성된 음식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취미 요리인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기에 좋다. 나는 꿀키의 맥앤치즈와 감자전, 치즈밥(꿀키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다) 등을 시도해 봤는데, 모두 성공적이었다. 내가 구독 중인 요리 유튜브 채널 중 언젠가 시도해보고 싶은 음식이 가장 많이 저장되어 있는 채널이기도 하다.


3. 하루한끼

유튜브 채널 <하루한끼> 캡처

  초보 요리인에게 가장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OOO은 정말 맛있어’라는 귀여운 썸네일로 인기를 끈 뒤 점점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모든 메뉴가 초보도 쉽게 따라 할 만한 수준이며, 특히 나폴리탄이라거나 깐풍두부 같은 겁먹기 딱 좋은 이름의 음식들의 레시피를 자취생 버전으로 제공해 영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크림 브륄레 영상의 경우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사용해 바닐라 맛을 내는 식이다. 역전! 야매요리의 보다 현실적인 버전이랄까.




도전! 취미 요리의 목적지


  그래서 어떤 수준이면 취미 요리인으로 인정받는 걸까. 요리를 주제로 한 크리에이터들이 천차만별의 난이도로 다양한 재료, 조리법을 활용하는 걸 보면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다. 취미로 요리를 한다는 것의 기준은 얼마나 고퀄리티의 어려운 음식을 만들어 내느냐가 아니다. 친숙한 몇 가지 재료만 사용하더라도 내가 요리에 흥미가 있고 직접 음식을 즐겨 해 먹는다면 취미 요리인인 거다. 요리할 때마다 맛이 달라지는 불닭 로제 파스타를 만드는 나도 이런저런 음식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다들 요리 잘한다고들 하더라! 내 음식이 자랑할 만한 수준인가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요리가 재미있는 나를 스스로 즐거운 취미 요리인으로 정의하려고 한다. 내가 <하트 시그널>에 출연할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내게 요리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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