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한 엄마
실로 얼마만의 등산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첫째를 임신하기도 전, 2019년의 언제쯤인가가 마지막 등반이었던 것 같다. 여자의 삶에는 이렇게 어떤 큰 단절들이 몇 년씩 이어지기도 한다…
원래 산을 잘 탔다. 운동신경도 좋고, 폐활량도 좋기 때문이다. 나름 운동을 좋아했고, 공부하는 사람 치고는 의외로 활동력이 좋은 축에 속했다. 그래서 한동안 집에서 육아만 할 때 늘 답답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집에서 보이는 산이 있는데, 어느 날 한 번 올라가고픈 마음이 들었고, 마침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라 날씨도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등반 치고는, 아직도 산을 제법 잘 탔다. 그다음 날 특별히 근육이 땅긴다던지 하는 후유증도 없었다. (아직은 젊네..?)
그렇게 한 번씩 산을 다니면서 등산이 나름 취미 활동의 하나가 되었다. 하면 할수록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능선길에 접어 들 때는 살짝 조깅을 하기도 한다. 나무 냄새들을 맡으면서 달리는 숲길의 청량함이란! 실로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
벌써 등산에 취미를 붙이는 나이대가 되었나? 그런 것치곤 나 정도 나이대의 여성들을 산에서 보기는 힘들다. (보통 실내에서 더 정적인 운동을 하겠지…) 그래서 약간 외롭기도 한데, 원래 운동은 혼자 외롭게 해야 제대로 한다고 생각하는 편.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같이 산에 오르고 싶다. 거기에 늘 운동부족인 우리 남편도 함께. 나도 어릴 적 엄마, 아빠를 따라 산에 자주 갔었고, 그게 꽤 또렷한 인상으로들 남아 있다. 올라가는 건 막상 힘든데, 정상에 오르고 내려올 때의 그 뿌듯함과 상쾌함이 실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기억 때문에 산을 잘 타고, 등산에 취미를 붙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들을 심어주고 싶다. 그 어미에 그 자식. 스포티한 엄마와 스포티한 아들들. 근데 단순히 “운동”을 한다는 목적을 떠나 나무와 숲이 주는 그 아늑함과 청량함을 알게 해주고 싶다. 엄마가 왜 이렇게 녹음을 좋아하는지, 자연을 사랑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하여간 요즘 등산을 다니기 때문인지, 체력도 더 좋아진 듯하고, 밥맛도 좋다. 잠도 잘 잔다. 역시 운동을 해야 삶의 질이 더 높아진다. 다시 만나게 된 산이 더없이 아름다운 요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