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개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1 톤이라고 했지만, 최근의 기사에 따르면(한겨레신문 2024.9.10일자 기사) 2023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잠정적으로 624 Mt(6억 2400만톤)입니다. 2023년 인구수는 5171만명 (통계청 총인구 기준) 정도이므로, 1인당 배출량은 약 12.1톤입니다. 2년 사이 8% 정도의 감축이 있었던 셈입니다. 2018년 당시는 14.1 톤이었으니 이와 비교해 봐도 5년 사이 14%가 넘는 감축이 이루어졌습니다.
수치라는 것이 해마다 추세가 달라지는 것이고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이긴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알아본 결과들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총 배출량 기준으로는 2018년 725 Mt에서 2023년 잠정 624 Mt로 감소했습니다. 비율 상으로는 약 14%로 1인당 배출량 감소율과 비슷하다. 이 수치를 연평균 감소율로 환산하면 5년 간 연평균 3%가 감소한 셈입니다. 2018년에서 2030년까지 12년 동안 동일하게 연평균 3%씩 감소한다고 계산하면, 2030년 전망치는 506 Mt 정도가 됩니다. 이를 우리나라 국가 계획 상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와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 4월 정부에서 수립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파리기후협정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436 Mt이 되어야 합니다. 단, 이 수치는 순배출량 기준이고 앞에서 이야기한 수치들은 총배출량 기준입니다. 순배출량은 총배출량에서 탄소포집 등 흡수 및 제거를 통한 배출 감소량과 국제협력을 통한 외국의 온실가스배출 감축 기여량을 제외하여 수치가 낮아집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30년 시점에서 37.9 Mt의 흡수/제거량에 국제협력을 통해 37.5 Mt을 추가로 감축하여 순배출량 기준의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75.4 Mt를 순배출량에 더하면 총배출량 기준으로는 511 Mt이 됩니다.
506 Mt과 511 Mt을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비율로만 계속 배출량을 줄여나갈 수 만 있다면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더군다나,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3년 총배출량 목표가 667 Mt입니다. 국가기본계획은 앞의 6년 간은 69 Mt, 뒤의 6년 간 181 Mt을 절감하게 되어 있고 특히 마지막 1년 사이에 97 Mt을 한꺼번에 감축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계획의 신뢰성을 의심해 볼 수는 있지만 일단, 계획에 비하면 실적이 나쁘지 않은 셈입니다.
이런 분석은 기대와 좀 다릅니다. 이런 정보들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나는 우리나라가 배출량 감축 목표를 지키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고,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뜻밖에도 계획을 초과달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산업화의 진전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에 비한다면, 다른 선진국들과 더불어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궤도 상에 들어서 있는 셈입니다. 그 정도와 속도가 충분한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 선진국의 탄소배출 감소의 상당 부분은 개발도상국들로 전이가 된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의문을 품을 수는 있습니다. 코로나와 전쟁, 전기와 가스 요금을 비롯한 물가 상승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긍정적 결과가 지속될 수 있는지는 더 지켜 봐야 하고 요인 분석도 더 자세하게 해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라는 것을 이 글의 결론으로 삼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온실 가스 배출 노력을 강제적으로 하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강제적인 방식으로라도 우리가 어느 정도의 고통과 비용을 감소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와 기후위기의 완화도 비현실적인 이상 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