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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의 실천의 의미와 한계

by 황인석 Sep 30. 2024

2화에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주요 실천 항목들로 전력 사용 절감, 가스 사용 절감, 수도 사용 절감, 승용차 사용 절감, 폐기물 배출 감축의 다섯 가지를 제시했는데, 이는 환경부 산하 민간 단체인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의 웹사이트에서 제시하는 바를 따랐습니다. 이 중에서 전력 사용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10%씩 가정용 전력 소비를 줄이게 된다면 탄소배출량이 0.5% 정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산출했습니다. 

이를 교차검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하 숫자를 갖고 하는 계산이 이어지는데, 이런 계산에 관심이 없는 분은 아래에 굵은 글씨로 표기한 부분에 나온 결론만 보셔도 될 것입니다.)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 계획 기준으로 전력 생산(전환) 부문에서의 배출량은 223 Mt이다. 총배출량 634 Mt의 35%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전력 통계(2023년 한국전력통계(제93호))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전력 소비에서 가정용 전력 소비의 비중은 14.6% 입니다. 35%에 14.6%를 곱하면 5.1% 정도가 됩니다. 즉, 가정에서의 전력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5% 정도라는 것이고, 각 가정에서 10%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 0.5% 정도의 배출량 감소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산출했던 수치와 거의 일치합니다. 

이 수치를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40% 배출량 감소와 비교해 보자면, 감축 목표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 됩니다. 

그럼 가스, 수도, 교통, 폐기물 등 다른 분야의 숫자도 산출해 보겠습니다. 

가스의 경우, 우리나라의 가정용 도시가스 소비량은 2023년 기준으로 약 101억 세제곱미터입니다. (한국도시가스협회 내 통계 자료 참조) 2화에서 제시했던 숫자를 적용하면 가스 1제곱미터 당 2.18 kg의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할 수 있으므로, 가정용 도시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약 22 Mt 정도가 됩니다. 

수도의 경우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평균 수도 사용량은 2022년 기준으로 전체 306리터이고 이 중에서 가정용은 198리터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웹사이트 참조) 연간 단위로 계산하기 위해 365를 곱하고 리터를 세제곱미터로 환산하면 연간 약 72세제곱미터입니다. 마찬가지로 2화에서 제시한 숫자를 적용하면 1세제곱미터 당 0.24 kg이므로, 1인당 약 17.3 kg의 배출량이 나옵니다. 2022년 인구수 5,163만명을 곱하면 약 0.9 Mt 정도가 됩니다. 전력이나 가스에 비한다면 비중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통의 경우 우리나라 비사업용 차량의 연간 총 주행거리는 2023년 기준으로 휘발유 차량이 약 1114억 km, 경유/LPG/기타연료 차량이 약 1091억 km입니다.(국가통계포털 내 자동차주행거리 통계 참조) 각각에 1 km 당 탄소배출량으로 0.13과 0.17을 곱하면, 총 33 Mt의 수치가 나옵니다. 

폐기물은 전국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2022년 기준으로 1675만톤입니다. 폐기물 1 kg 당 0.56 k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공식을 적용하면 대략 연간 9.4 Mt 정도입니다. 

정리하면 가정 부문에서 발생하는 연간 탄소배출량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가정용 전력 소비 : 33 Mt

가정용 도시가스 소비 : 22 Mt

가정용 수도 소비 : 1 Mt

비사업용 차량 운행 : 33 Mt

생활폐기물 배출 : 9 Mt

합계 : 98 Mt 

연도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 등 아주 정확한 숫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보고자 함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98 Mt은 2023년 잠정적으로 집계된 우리나라 온실가스총배출량 624 Mt(3화 참고)의 약 16%에 해당합니다. 각 가정에서 절감 노력을 벌인다면 이 수치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를 감축한다면 총배출량의 1.6%가 감소합니다. 2030년까지의 감축량 목표와 비교를 한다면 3% 정도에 해당합니다. 

여기까지 데이터의 영역이라면, 이에 대한 제 해석을 덧붙여보고자 합니다. 

가정 부문에서의 노력은 탄소 배출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사회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전력 소비를 20% 이상 줄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한 발전을 신재생에너지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원전으로 대체해나가는 방식으로 전력 소비에 의한 탄소배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적 요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자발적인 노력에 의한 절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가격의 조정을 통한 자연스러운 조정입니다. 우리의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노력은 기후위기에 큰 관심을 가진 상대적 소수의 범위에 국한되는 반면 전기요금의 상승은 대부분의 가정에게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동인을 제공합니다. 즉, 각 가정에서 해야 할 노력도 자발적인 관심과 의지보다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과 가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실천들을 해 나가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삶의 질을 심각하게 해치면서까지 그런 노력을 하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에 다른 국민들이 함께 동참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줄어들 뿐더러, 설령 전 국민이 개인 차원의 실천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탄소 중립이 달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의 노력과 정책의 뒷받침 없이는 한계가 분명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삶의 질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노력들을 하는 한편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여론에 참여하여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글들에서는, 개인 차원에서 삶의 질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실천들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전기, 가스, 수도, 차량 운전, 폐기물 관련한 영역의 실천항목들을 더 자세하게 내려가 살펴보는 것과 더불어 그 외의 영역, 즉 플라스틱 제품 소비 절제나 채식으로의 전환 등의 노력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정도를 평가해 보고자 합니다. 그와 아울러,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 사회 차원에서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큰 틀에서 평가해 보는 작업을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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