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에서는 우리가 비교적 큰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살펴보고 그 탄소배출 효과가 어느 정도에 이르는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그동안 몇 번 인용했던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내용들(웹사이트 링크)을 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항목들은 웹 사이트에서 직접 보실 수 있으므로 시사점 중심으로 살펴 보고자 합니다.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개인적인 실천 항목들을 교통, 전기, 냉난방, 자원의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가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전기, 가스, 수도, 교통, 폐기물의 5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산출하였는데, 가스와 전기 일부분을 합쳐 냉난방 항목으로 구분하였고 자원 영역은 물과 폐기물 영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의 실천 방안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연간 탄소배출감소 효과는 약 2톤 정도입니다. 다만, 이로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이런 노력에 동참할 때 전체 효과가 얼마인지를 산출하긴 쉽지 않은데, 예를 들어 교통 부문에서 절감되는 양에는 우리나라의 자가용 등록 대수를 곱해야 하고, TV나 에어컨에서 절감되는 양에는 우리나라의 TV 보유대수나 에어컨 보유대수를 곱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근사치로 우리나라의 가구수를 곱하면 2022년 기준으로 2238만 가구이므로 여기에 2톤을 곱하면 대략 45 Mt 정도가 됩니다. 이는 제가 4화에서 가정 부문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으로 추정했던 98 Mt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수치입니다. 2023년 우리나라 총배출량 624 Mt과 비교하자면 약 7%에 해당합니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이 제시된 실천항목들만 잘 지키면 전체 탄소배출의 7% 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산출된 숫자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경제속도를 준수하면 탄소배출이 줄어드는 양이 나와 있는데, 운전습관이 양호한 사람이라면 이미 이를 실천하고 있을 것이므로 이 양에 전체 운전자수를 곱하게 되면 과도한 수치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숫자들은 개인이 모범적으로 실천할 때 전혀 그러한 실천을 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서 줄일 수 있는 양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지, 전국민적인 노력으로 실제로 이만큼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실천만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충분한 대응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의미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시된 실천항목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면, 각 부문의 실천을 통한 절감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통 부문 : 1,242 kg
전기 부문 : 240 kg
냉난방 부문 : 360 kg
자원 부문 : 188 kg
역시 교통 부문의 절감 폭이 전체의 절반 이상 크고, 그 다음이 냉난방입니다.
교통 부문의 실천항목을 절감 효과 순으로 정렬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주 1회)
출발 전 주행경로와 시간을 파악하기
주기적으로 타이어 공기압 체크하기
경제속도(60~80km/h) 준수하기(20% 실천)
불필요한 짐 싣고 다니지 않기
내리막길 운전 시 가속페달 밟지 않기
불필요한 엔진공회전 하지 않기
급제동, 급출발 하지 않기
가까운 거리는 도보나 자전거 이용(주 1회)
자동차 에어컨 사용 20% 줄이기
신호대기 시 기어를 중립으로 놓기
가장 효과가 큰 건 물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주 1회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469 kg의 절감 효과가 있는데, 이는 전기, 냉난방, 자원 등 각 부문별 합계를 넘어서는 수치이고, 전체 절감 효과의 25% 정도를 차지합니다. 주 1회만 실천해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자가용을 항상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부문에서 아무리 탄소절감 노력을 하더라도 평소에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출발 전 주행경로와 시간을 파악하기라는 항목은 391 kg이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도로가 정체되는 시간과 경로를 피하는 것이 그만큼 효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항목들 중에는 개인의 효용을 심각하게 희생하지 않더라도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거나 습관을 바꾸기만 해도 되는 항목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는 일 같은 건 효과 상으로 높은 순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러한 습관들은 환경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개인의 연료비 절감을 통해서 바로 보상이 돌아오는 일이므로 염두에 두고 실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효과가 큰 냉난방 부문의 실천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일러 사용 1시간 줄이기
보일러 난방온도 2℃ 낮추기
단열재로 열손실 방지하기
주기적으로 보일러 내부 청소하기
에어컨 사용 1시간 줄이기
에어컨 냉방온도 2℃ 높이기
전기장판 사용 1시간 줄이기
주기적으로 에어컨 필터 청소하기
역시 상식적인 항목들입니다. 다만, 보일러나 에어컨을 얼마나 가동시키느냐 못지 않게 단열재가 냉난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보일러 내부 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은 다시 한 번 체크해 볼 사항인 것 같습니다. 특히 열이 많이 빠져 나가는 창문의 경우 삼중창은 이중창보다, 이중창은 단일창보다 에너지 유실이 압도적으로 적다고 합니다. 공기의 단열 효과가 크기 때문이지요. 창문에 붙이는 뽁뽁이도 실내 온도를 4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보일러 난방온도를 2도 낮출 때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 71 kg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같은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따르면 에어컨 사용을 통해 발생하는 연간 탄소배출량이 101 kg인 반면, 보일러 사용은 연간 1,447 kg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효율적인 난방이 미치는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위 온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도가 잘 안 맞으면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상당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덜 켜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체질에 따라서 판단할 문제이지요. 어차피 기후위기 문제가 아니더라도 냉난방비에 부담을 느끼면서 이를 될 수 있는 한 줄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에 비한다면, 우리 집에 단열이 잘 되고 있는지, 보일러 상태가 양호한지를 확인하는 것은 한 번 짚고 넘어갈 부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냉난방비를 절약하는 것이 우리의 가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구의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절감을 위한 노력이 한층 더 보람이 있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나머지 두 개 부문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