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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일들 II

by 황인석

그럼 지난 화에 이어서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웹사이트 링크)가 제시하는 그밖의 실천항목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전기 부문의 실천 항목들을 배출절감량이 많은 순서로 정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냉난방 용도인 에어컨과 전기장판 등을 제외한 가정용 전기제품의 사용과 관련한 항목들입니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조명 사용하기

에너지효율이 높은 TV 사용하기

전기밥솥 보온시간 3시간 줄이기

에너지효율이 높은 냉장고 사용하기

에너지효율이 높은 전기밥솥 사용하기

컴퓨터절전프로그램(그린터치) 사용하기

눈 건강을 위한 하루 1시간 소등하기

사용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 뽑기

TV 사용시간 1시간 줄이기

세탁횟수 주 1회 줄이기

에너지효율이 높은 세탁기 사용하기

우선 기본적으로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볼 수 있습니다. 전력 소모량은 냉장고가 크지만 에너지효율의 차이는 조명이나 TV에서 크게 나타나는데, LED 전구와 LED TV가 형광등이나 LCD TV 등과 에너지효율 차이가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의 절전프로그램을 설정해 두거나,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는 습관도 도움이 되는데, 연간 탄소 절감량은 각각 17.7 kg과 12.6 kg 정도입니다.


자원 부문의 실천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 캔 등 분리배출하기

음식물쓰레기 20% 줄이기

절수기기 사용 늘리기

수입식품 사용 10% 줄이기

종이타월 대신 개인 손수건 사용하기

피부건강을 위해 샤워시간 줄이기

물을 받아서 설거지 하기

종이컵 대신 개인컵 사용하기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종이청구서를 이메일·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이 중에서 가장 위의 두 항목, 즉 재활용품의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20% 줄이기는 각각 88 kg, 36 kg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지만 나머지 항목은 그 효과가 아주 크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종이컵과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친환경 캠페인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접하게 되는 항목들이지만 연간 절감 효과는 각각 3.5 kg과 2.5 kg에 불과합니다. 이 두 가지 항목을 실천해서 절감할 수 있는 연간 탄소배출량은 휘발유 차량을 50 km 운전했을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비슷합니다. 종이타월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보다 더 효과가 커서 10 kg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기사로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관련기사(링크)를 찾아 보니 국내 사정은 외국과 다르다고 하지만 아무튼 종이 빨대 5억개를 매립할 때 탄소배출량은 258만 kg입니다. Mt 단위로 환산해 보면 0.0026 Mt 정도에 해당합니다.

제 생각엔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일들, 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자주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일들을 실천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탄소배출량 전체 규모와 비교해 보면 비교적 작은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종이컵이나 종이타월, 빨대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노력들만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아주 큰 불편을 무릅쓸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손수건은 하나 갖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교통, 냉난방, 전기, 자원의 4개 부문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항목들을 간략히 살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실천항목들의 목록이 충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 비중을 높인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옷을 사는 일은 어떨까요? 어떤 기사(링크)에 따르면 청바지 하나가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33 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청바지를 하나 샀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입지 않은 채 옷장에 처박아 두었다가 버리게 되면 그 정도의 탄소가 불필요하게 배출되는 셈입니다. 33 kg이면 우리가 10년 동안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대가로 절감할 수 있는 양과 비슷합니다. 즉, 불필요한 옷 하나 사는 일이 10년간의 꾸준한 습관과 맞먹는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제가 첫화에서부터 전제한 것,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천은 전기, 가스, 수도, 교통, 폐기물 분야에 있다고 한 것을 다시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가정 부문에서 직접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화석연료를 태우는 행위들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소비활동 전반이 재화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과 연관이 된다고 하면, 우리의 실천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또는 우리의 실천 노력의 우선순위가 조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부분을 다음 화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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