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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과 탄소배출의 관계

by 황인석

앞의 화에서는 가정에서 탄소를 발생시키는 활동의 주요 영역인 교통, 냉난방, 전기, 자원 부문에서의 실천 방안과 그 효과에 대해 가늠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천 가능한 항목들은 이 범위를 넘어설 것입니다. 음식, 옷, 생수병 등 우리의 소비 활동 전반이 탄소 배출과 관련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폴리에틸렌 같은 원자재를 석유에서 뽑아내고,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로 천을 만들어내고,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옷을 선박과 화물차로 나르고, 백화점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의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 전반을 줄여야 하고, 경제 성장을 목표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배출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우리의 소비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탄소를 배출해 낸다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를 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 의견을 말씀드린다면, 경제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하게 될 때 겪게 되는 고통도 무척 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기업이 파산하고,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들고, 복지를 위한 재정도 줄어들고,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도 줄어들기 쉽습니다. 더군다나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후위기 대응이 성장에 지나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반드시 경제 침체를 감수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탄소감축 노력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는 기회가 됩니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은 새로운 사업기회와 일자리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경제 성장에 중요한 것은 투자 기회와 일자리입니다. 기후위기 및 그에 대한 대응 노력이 일부 재화의 가격을 올리고 소비를 줄어들게 만들고 그에 따른 고통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생산 체계를 변혁해 가는 노력을 통해 경제 성장은 계속 되고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계기 역할을 할 수조차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은 최소화하고 특정 계층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며 신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그냥 시장에 맡겨두었을 때보다 더 적극적인 투자와 전환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일들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에 투자하고 빠르게 확산시키는 일이고, 개인 차원의 노력은 그런 전환의 과정을 돕는 보조적인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정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그런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공공요금 인상 등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여 전체 국민의 소비 행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지, 자발적인 민간 차원의 캠페인으로는 한계가 클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천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수와 노력의 정도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개인 입장에서 자신의 행위 각각이 탄소 배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일일이 판단하여 소비를 위한 의사결정에 반영하기가 번거롭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개인 차원의 실천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불평등 문제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고 결국 정책과 재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자발적인 기부와 후원이 의미를 갖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의 규모가 사람마다 다르듯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의 실천도 각자의 상황과 성향, 가치관과 믿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부를 하는 사람일수록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복지나 불평등에 관련된 정책과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기 쉬워지겠죠. 또한 그렇게 마음을 쓰는 사람들일수록 자연스럽게 기부를 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들 하에서 아직까지 다루어 보지 못한 우리의 가능한 실천항목들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이 일을 쉽게 할 요량으로, 저는 왼쪽에 물건 이름을 입력하면 오른쪽에 탄소배출량이 탁 나오는 계산기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편리한 사이트는 쉽게 찾아지지 않네요.

자발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이런 지식 제공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는데, 단편적인 내용들은 많아도 포괄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주는 곳은 금방 찾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탄소발자국 계산기 서비스가 여기저기서 제공이 되긴 하는데 제가 원하는 만큼 포괄적이고 편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직접 이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정확한 수치 산출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나다.

예를 들어, 우리 소비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해 찾아 보겠습니다. 제가 찾은 기사(시사인, 2022년 5월 22일 기사)에 따르면,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축산업 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18%에 이른다는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운송업 부문 전체를 넘어서는 엄청난 수치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축산부문의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1.3%입니다. 18%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1.3%는 가축의 장내발효와 분뇨처리에서 발생하는 탄소만 포함하고 있다고 하니 과소평가된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에는 사료를 키우고, 배달하고, 가축을 운반하고, 고기를 냉동시키는 등의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기준을 달리 하면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찾아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한계 내에서라도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탄소발자국을 확인해 보기 위해 스마트그린푸드란 단체의 웹사이트(링크)에서 가상의 밥상을 차린 다음 탄소배출량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쌀밥에 미역국, 배추김치, 콩자반, 멸치조림, 콩나물무침으로 소박한 밥상을 차리면 열량은 800 kcal, 탄소배출량은 1.1 kg 정도입니다. 하지만 잡곡밥과 갈비탕으로 메뉴를 바꾸면 열량은 비슷하지만 탄소배출량이 5.3 kg으로 올라갑니다. 한끼 식사에 4 kg의 차이가 나는데, 이는 일년 동안 종이컵을 쓰지 않아서 절감할 수 있는 배출량 3.5 kg보다 큰 수치입니다.

같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반찬별 탄소발자국 수치를 몇 개 살펴 보면 쌀밥 한 그릇은 120g, 배추김치는 80g, 고등어조림은 230g, 삼겹살은 250g, 해물칼국수는 360g, 닭볶음은 420g, 제육볶음은 460g, 김치찌개는 500g, 청국장찌개는 900g, 물냉면은 2.4kg, 갈비탕은 5kg, 설렁탕과 곰탕은 10kg 정도입니다. 물냉면이 삼겹살보다 10배나 더 탄소를 배출하는 등 의아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육류가 많이 들어갈수록, 설렁탕처럼 요리를 위해 오래 끓여야 할수록 탄소배출량이 높아지고, 쇠고기가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보다 탄소배출량이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해에 천끼 식사를 한다고 하면, 평균 100g 씩만 탄소발자국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100 kg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가정과 산업 부문을 포괄한 우리나라 연간 1인당 탄소배출량의 1%가 좀 넘는 수치입니다. 소극적으로 한끼에 100 그램을 줄이는 것으로 전제했지만, 자신의 식습관을 얼마나 큰 폭으로 바꾸냐에 따라 수치는 크게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우리의 식생활과 관련하여 친환경 지향과 건강 지향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육류 섭취를 적절히 절제하는 일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음식을 많이 먹고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칼로리를 적당하게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으로 조절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지구에도, 우리 몸에도 이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필요하겠구요.

하긴, 이런 걸 우리가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죠.


다음 화에서는 의류와 플라스틱 제품 등 다른 부분들을 더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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