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소성을 가진 뇌를 가진 주체의 전략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이 삶의 지향이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한 강력한 반박 근거 중 하나는 행복을 경험하는 나라는 주체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를 포함한 생애 주기 전체에 걸친 행복의 최대화를 지향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무리한 과업이라는 것이다. 어떤 것이 얼마나 가치를 갖는 행복인지에 대한 평가는 시점마다 달라지는데, 미래의 내가 갖는 관점이 어떠할지 상상하기도 어렵고, 그 상상된 관점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나중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지금 절실하게 느껴지는 행복과 불행이 미래의 관점에서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고,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와 상당히 다른 관심사를 가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몇 년의 기간을 걸쳐 일어나기도 하지만, 매일, 심지어 매순간 일어나기도 한다. 내 욕구는 충족과 불만 사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오고 가며 수시로 변하고,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면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기도 한다.
노자 도덕경의 첫 문장인 ‘도가도 비상도’, 즉 도라고 말할 수 있는 도는 항상 그러한 도는 아니라는 문장이 갖는 여러 의미 중 일부는 이와 연관이 될 것이다. 내가 항상 변화한다면, 내가 따라야 하는 길 또한 항상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행복의 최대화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가치가 의심된다. 내가 가진 행복의 기준이 계속 변화하는데 그렇게 무상하게 변화하는 행복을 굳이 최대화하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내가 지금 관심을 갖는 일과 무관한 욕구들로 인해 겪는 희망과 만족과 불행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당시에는 그 나름대로 행복했다는 것이 만족스럽게 여겨질 수는 있어도, 그것이 현재의 내가 가진 희망과 관심들에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큰 의미를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가소성이다. 뇌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전기신호가 흘러가는 과정이 우리의 사고와 직관, 느낌과 감정을 포함한 정신 활동 전반의 근간을 이룬다. 경험이란 뇌신경세포들 사이를 지나가는 전기 신호의 흐름이다. 그런데 이 흐름은 뇌신경세포들 간의 연결 구조에 의해 산출되지만 동시에 그 연결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전기 신호가 자주 지나가는 연결은 강해지고, 동시에 자극을 받는 뇌신경세포들 간에는 새로운 연결이 맺어진다. 한편으로 전기 신호가 흐르지 않는 연결은 약화되다가 끊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연결 구조의 변화는 우리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하는 체계의 변화이며, 나라고 하는 주체가 다른 존재로 변화됨을 뜻한다.
즉, 우리의 경험은 기억으로 저장되고 어떤 계기를 만나 환기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와 정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 처해서도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갖고 다른 판단과 반응을 하는 존재로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
이런 변화가 우리의 모든 경험을 통해 언제나 일어난다는 것을 전제하면, 현재와 미래를 포괄한 행복 총량의 최대화란 선택의 기준으로 거의 무용하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객관적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미래의 변화된 내가 가질 수 있는 주관적 상황들에 좌우되는 행복에 대해서는 거의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나라는 존재’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가진 믿음과 욕구와 지식에 의존하여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현재와 미래의 내가 갖는 관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선 자신이 노력하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과도한 책임감과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오히려 선택의 질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의 나 대신 현재의 나로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되, 내 기준이 계속 변화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하는 생각은 집착을 줄여 준다.
또한 비록 미래의 내가 가질 관점들을 예측하고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가 변화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선택의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우선, 우리는 변화된 미래의 내가 갖게 될 관점을 미리 상상하지는 못하더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지향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의 내가 원하는 것들을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대신, 우리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선택과 행위들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저축이나 인내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정 반대의 결론으로 이끌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래의 더 많은 재산을 갖기 위해 현재 더 많은 저축을 하는 경우와 건강이나 외모를 위해 식욕을 억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것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한 맥락에서 긍정적인 변화란 존재로서의 변화, 즉 우리가 사고하고 느끼는 패턴 방식의 변화인 반면, 더 많은 재산이나 다이어트를 통해 달라진 모습은 존재로서의 변화보다 존재 외부의 여건의 변화이거나 신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외부 여건이나 신체의 변화 역시 존재로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존재의 긍정적인 변화를 지향한다는 것은 조금 더 직접적인 방식들을 포함한다.
대표적인 예로, 특정한 유형의 행복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마음에 품는 그와 같은 유형의 행복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지식을 강화시킨다. 행복을 경험하면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미묘한 여건들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이러한 이해는 행복을 지향하는 우리의 역량을 강화시켜 준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지기가 더 쉽고, 어려운 노력을 통해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행복에 대한 역량이 지나친 인내로 약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모든 경험은 배움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행복, 성취의 보람, 현명하게 타인을 배려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 새로운 체험 속에서 느끼는 흥분과 설렘 등은 그 몇 가지 예이다.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은 장기적인 연쇄의 흐름을 이루는 영향을 각각 마음에 남긴다.
다른 예로, 저축과 인내의 보람은 그로 인해 영향 받는 미래의 내가 처한 여건의 변화 뿐 아니라 그 실천에서 경험하게 되는 효능감에도 큰 비중이 주어져야 할 것이지만, 지나친 인내는 행복에 둔감하고 경직된 마음으로의 변화로 이끌 수도 있다. 이런 예에서처럼 어떤 경험이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함께 가져올 수도 있고 그런 효과들에 대한 예측과 판단은 부정확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직관의 도움을 받아,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에 기여하는 보람 있는 실천들을 판별할 수 있으며 현재의 일시적 만족들보다 이러한 보람에 더 많은 비중을 둘 수 있다.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르고 각자의 기준 또한 변하겠지만,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는 보람찬 행복의 경험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어쩌면 부정적으로 내 마음을 변화시키는 듯한 쾌락의 경험과 구분이 될 수 있다. 긍정적 변화에 대한 희망은 그 지향과 일치하는 경험과 실천들을 한결 더 긍정적으로 만들고, 변화에 대한 희망 속에 현재의 부정적인 요소들에 대해 대범한 마음을 갖게 하며, 이를 통해 긍정적 변화의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이끌 수 있다.
변화의 가능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둠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선택과 실천들의 가치를 변화 중심으로 재조정하게 된다. 미덕의 실천은 그 미덕을 발휘할 역량을 강화시키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용기는 중요한 미덕 중 하나이다. 새로운 경험을 선택하는 데에는 위험과 부담과 거부감이 따른다. 그렇지만, 어떤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하는 이유가 용기의 부족 때문이라고 느껴진다면, 가급적 용기를 내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기를 내는 일은 우리가 다음 번에 용기를 내는 일을 더 쉽게 만들고, 그 결과로 하게 될 경험은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긴 어려우나 용기를 낸 일로 인한 변화는 긍정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
새로운 경험을 통한 배움, 미덕의 실천, 용기, 긍정적인 변화에 가중치를 두는 선택은 일시적이거나 반복되는 만족과 고통의 비교를 통한 선택보다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스스로가 변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현재의 내 기준에 집착하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유용한 전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