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란 무엇인가

좋은 직관에 기반하여 가설로서의 믿음을 따라 나아가는 것

by 황인석

자유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 보자면, 자유라는 단어는 우선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먼저 외부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생각할 수 있다.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 출근시간이나 상사의 지시 등 다양한 형태로 주어지는 외부의 구속이 존재한다.

또한 돈과 시간의 부족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선택을 제약하는 조건들로부터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내면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가 있다. 내면의 구속에는 스스로 약속한 바를 지키겠다는 결심, 양심, 두려움, 소극성, 의무감, 편협한 고정관념 등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우유부단의 상태 역시 자유를 막는 구속이 된다.

특히 마지막에 언급한 종류의 구속이 자유라는 개념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선택을 제약하는 조건이 구속이고, 그것을 벗어나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을 제약하는 조건들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알 수 없어 우유부단 속에 빠져 오히려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예가 가장 자유스럽다는 역설까지 나타나게 된다. 노예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태를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그렇다고 해서 노예의 처지를 부러워할 사람은 적겠지만, 신념에 찬 혁명가, 인생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들, 우유부단과 거리가 먼 대담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어려운 난제를 헤쳐 나가는 탐정이나 경영인, 영화감독이나 배우, 엔지니어 같은 이들은 상황의 조건들에 구속을 받음으로써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유를 실현한다.

어떤 종류의 선택은 우리를 우유부단하게 만들고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재능과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선택은 그 선택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드러내고 우리가 갖는 자유를 증명하며 때로는 자아를 잊은 채 당면한 문제와 대상들에 몰입하는 물아일체의 경험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런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직관의 비중이다. 직관에 의해 연속적인 선택을 해 나가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아를 잊고 몰입하게 되며 역설적으로 동시에 자유로운 자신의 존재를 생생하게 느낀다. 하지만 옳은 선택을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갈등을 느끼면서도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는 직관이 부족할 때 우리는 함정에 빠진 듯 부자유하고 구속된 경험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의 기반은 직관을 믿고 행동하는 용기와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직관은 논리적 사고와 서로를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다. 직관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사고와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형성된다. 중요한 것은 선택을 위한 결심을 하기에 충분한 직관이 있어야 하고, 그런 직관의 유무에 따라 자유와 부자유가 갈라진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직관은 확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직관은 부정확할 수 있고 오류의 가능성을 품는다. 우리는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의존해 새로운 실험과 검증을 기획하고 그 결과를 보며 가설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듯이, 우리의 직관은 일종의 가설들이다. 설령 우리의 직관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때라 하더라도 우리는 대부분의 그 확신이 틀릴 가능성이 있는 제한적인 가설임을 인지해야 한다.

가설이지만 진리만큼 소중한 우리 삶과 선택과 행동의 기반이다. 하지만 진리와 다르게 계속 조정되고 변화하는 유연한 기반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직관은 겸손하고, 유연하며, 계속 변화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포함해야 한다. 내가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유란, 그러한 좋은 직관에 기반해 ‘원활함’의 느낌 속에서 자기가 옳다고 믿고 좋다고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자유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유는 선택의 혼란과 갈등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스스로가 가진 내적 구속들로부터의 자유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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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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