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익숙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던 것들에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숨쉬기, 양치 순서, 샤워 순서, 바지나 양말, 신발에 발 넣는 순서.... 그리고 물 마실 때 입을 대는 위치 등 무수히 많다.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물이나 주스, 커피를 마실 때 어느 손으로 드는지 그리고 입의 어느 부위에 대는지를. 솔직히 몰라도 아무렇지도 않다. 양치 순서나 바지에 어느 발을 먼저 넣는지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히려 이런 걸 생각하면 신경쇠약에 걸릴지도 모른다. 이미 전에 뼈저리게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책에서 자신의 호흡패턴을 알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에 내가 현재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관찰했다. 전에도 복식호흡을 연습해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책에서 나온 수치대로 내가 제대로 호흡하는지를 살펴봤다. 평소 생활할 때 주로 입을 다물고 지내기 때문에 코로 숨을 쉰다. 그리고 잠잘 때도 가급적이면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려고 노력한다. 전에 입으로 숨을 쉬면, 즉 구강호흡을 하면 입 주변이 돌출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면서 입으로 숨을 쉬면 입과 목에 침이 바싹 마르게 된다. 입안뿐 아니라 목까지 칼칼해져서 자다가 터져 나오는 기침에 잠을 설친 적이 여러 번 있다.
책에서는 성인의 호흡은 평균적 분당 12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그래서 호흡을 관찰해 보니 5,6초 정도 소요됐다. 대략 수를 헤아려보니 얼추 내 호흡수는 정상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도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무런 문제 없던 호흡에 의식적으로 개입하니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게 어색하고 힘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정상 호흡수를 위해 호흡 간격을 맞추려 했는지 눈은 책을 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는 초를 재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숨 쉬는 게 이렇게 힘겨운 일이었나? 숨이 가쁘고 혈압이 치솟았다. 그러다 보니 호흡도 가빠져 점점 헥헥 거리는 지경이 됐다. 호흡이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결국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들이켜고 난 후에야 겨우 숨을 안정시켰다. 이번에도 실패다. 전에도 유튜브에서 본 복식호흡을 연습하려다 흐지부지된 적이 있었다. 억지로 가슴이 아닌 배로 느릿하게 들숨을 집어넣고 1,2초간 참고 천천히 뱉는 과정이 수월치는 않았다. 숨은 가빠 오고 뒷골은 뻣뻣해져 결국 밭은 기침을 서너 차례하고 나서야 긴 한숨을 뱉어낼 수 있었다. 몸에 익숙해진 걸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 의지로 호흡을 통제할 수 있다면 신체적으로 아주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포츠 선수, 예를 들어, 마라톤 선수는 자신의 호흡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들었다. 호흡을 온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두어야만 42.195km, 긴 경주를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굳이 철인 마라토너에 비유할 필요 없이 체력관리를 위해 요가, 필라테스를 하는 사람들도 호흡을 의식적으로 조절한다고 들었다.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호흡관리가 필수라고 들은 적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에 호흡을 통제하려 한 적이 있었다. 집에서 맨몸 운동을 할 때 적정한 호흡을 하면 운동효과가 커진다고 해서 귀를 팔랑이며 야심차게 시도했었다. 하지만 정해진 길에 가두고 숨을 쉬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무런 문제없이 흐른던 개울을 막으면 여기저기로 넘치듯이, 숨이 갑자기 들쑥날쑥 해졌다. 그래서 얼마지나지 않아 짜증을 내며 포기한적이 있다. 다만 여러 번 시도한 보람은 있었는지 들숨과 날숨의 사용법을 약간 깨우쳐 가슴이 아닌 배로 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좀 심술이 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잘 흐르면서 왜 관심만 가지면 엉망이 되는지. 새삼스럽지도 않게 이제 와서 내외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까탈 부리지 말고 성질부리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아니, 사실 내 성질이 지랄 같아서 진득하게 호흡을 순차적으로 뱉을 수 없는 것도 그 이유구나...
여하튼 내 버려 둘 건 내버려 두자. 꼭 필요할 때만 관심 갖고. 그리고 살아가는 아무런 문제 없으면 굳이 억지로 신경 쓰지 말자. 그동안 살면서 몸이 자연스레 체득한 방법을 믿자. 게다가 살면서 신경 써야 할 건 너무나 많으니, 우선 내 앞에 커다랗게 산적해 있는 문제부터 처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