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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Jun 09. 2024

맹세한 사랑

존중과 믿음


#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


<아니리>

"늙은이 말은 그리 헐 법허나 장부 일구이언(一口二言) 할 리 있나? 불충불효(不忠不孝) 하기 전에 저버리지 안할 것이니 허락하여 주게!" 춘향모 간밤에 몽조가 있었난디 용꿈을 꾸었는지라. 하늘이 내신 인연으로 생각하고 이면에 허락하였겄다.     


"도련님! 육례는 못 이루나 혼서예장 사주단자 겸하여 증서나 한 장 써주시오?" "글랑은 그리허게" 필년 내놓으니 도련님이 일필휘지(一筆揮之) 허시되,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해고석난(海枯石欄)이요. 천지신명은 공증차맹(共證此盟)이라.' 이몽룡 필서(筆書). "자 이만허면 되었지?"     


춘향모 그 증서 간직허고 술 한잔씩 나눈 후, 술 한 잔으로 도련님 춘향과 반분(半分)으로 나눴구나. 알심있는 춘향모가 그 자리 오래 있을 리 있겠느냐? 향단이 시켜 자리보전헌 연후, 건넌 방으로 건너가고 춘향과 도련님 단둘이 앉었으니 그 일이 어찌 될 일이냐!      


그 날밤 정담이야 서불진해(書不盡解)요, 언불진해(言不盡解)로다. 하루 이틀 오륙일이 넘어가니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럼은 훨씬 멀어 가고 정만 담북 들어 사랑가로 노난디.     


<진양조>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 둥둥 내 사랑이지. 만첩청산(萬疊靑山)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담쑥 빠져 먹들 못허고, 으르릉 아앙 넘노난 듯, 단산봉황(丹山鳳凰)이 죽실(竹實)을 물고 오동(梧桐) 속의 넘노난 듯, 구곡청학(九曲靑鶴)이 난초를 물고 송백(松柏)간의 넘노난 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의 넘노난 듯, 내 사랑 내 알뜰 내 간간이지야. 오호 둥둥 니가 내 사랑이지야.      


목난무변 수여천(木欄無邊 水如天)의 창해같이 깊은 사랑. 사모친 정 달밝은 데 무산천봉(巫山天峯) 완월(玩月) 사랑. 생전 사랑이 이러허니 사후기약이 없을소냐! 너는 죽어 꽃이 되돼. 벽도 홍삼춘화가 되고. 나도 죽어 범나비 되야. 춘삼월 호시절의 네 꽃송이를 내가 담쑥 안고 너울너울 춤추거든 늬가 나인 줄만 알려무나. 

     

'화로(花老)하면 접불래(蝶不來)라 나비 새 꽃 찾어가니 꽃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것이 있다. 너는 죽어 종로인경이 되고. 나도 죽어 인경마치가 되어. 밤이면 이십팔수 낮이면 삼십삼천 그저 뎅치거들랑 니가 나인줄 알려무나. '인경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거 있다. 너는 죽어서 글자가 되돼. 따지따곤 그느름 안해처. 계집 녀가 글자가 되고, 나도 죽어 글자가 되돼 하날 천 하날 건 날일 별냥 지애비 부 사나이 남 아들 자짜 글자가 되어 계집녀 변에 똑같이 붙어서서 좋을 호(好)자로만 놀아 보자.


<아니리>

오늘같이 즐거운 날 사후 말씀만 하시나이까? 그럼 업고도 놀고 정담도 하여 보자.        

  

<중중모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띠리고 강능 백청(江陵白淸)을 다르르~ 부어 씨는 발라 버리고 붉은 점 흡벅 떠 반간진수(半間眞水)로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짜리몽땅) 지루지(길쭉한) 허니 외가지 단참외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아마도 내 사랑아.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귤병(橘餠)사탕의 외화당을 주랴? 아마도 내 사랑.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디 먹으랴느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마도 내 사랑아.      

    

**굳게 맹세한 사랑

판소리 중에서 사랑가는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대목이다. 춘향가는 사랑, 이별, 시련, 재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스토리에는 사랑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자리한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은 시적이며 화려한 언어로 표현되어, 사랑의 깊이와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만첩청산"(수천 겹 쌓인 푸른 산), "단산봉황"(적산의 봉황), "구곡청학"(구곡의 청학), "송백"(송나무와 잣나무), "북해 흑룡"(북해의 흑룡) 등을 통해 사랑의 굳건함과 깊이를 상징한다. "천장지구"(하늘이 길고 땅이 오래될 것처럼), "해고석난"(바다가 마르고 돌이 썩을 때까지) 등은 사랑의 지속성과 영원함을 드러낸다.     


몽룡은 춘향과의 사후(死後)에도 변치 않을 사랑을 맹세한다. 죽어서 꽃과 나비가 되어 봄날에 춤을 추고, 종로의 종과 망치가 되어 서로를 기억하자는 약속을 한다.     


사랑에 대한 다양한 표현은 판소리가 가진 감성적 깊이와 언어적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사랑가의 스토리텔링은 오늘날 현대인에게도 아낌없는 교훈을 일깨운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에는 존중과 믿음이 굳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인의 기획과 전략     


춘향가의 사랑가는 두 연인의 굳건한 맹세와 사랑의 힘을 강조한다. 사랑은 상호 존중과 탄탄한 신뢰를 기반으로 피는 ‘꽃’이다.     


**존중과 믿음을 실천하라

춘향과 몽룡의 사랑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연인 간의 상호 존중과 평등한 관계는 사랑을 지속하는데 필수적이다.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위하고 포용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유혹과 바쁜 일상으로 인해 연인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 데이트 폭력과 같은 문제도 존중과 믿음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약속을 지키고,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은 각자의 자유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연인 관계에서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고, 서로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존중과 믿음의 실천이다.     


**건강하게 사랑하라

춘향과 몽룡의 사랑은 서로에게 굳은 맹세와 약속으로 표현된다. 사랑이 영원하길 기원하며, 사후에도 변치 않기를 약속한다. 사랑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진정한 마음과 행동이다.  

   

춘향과 몽룡이 시적이고 화려한 언어로 사랑을 그려내듯, 현대인도 다양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문자를 통한 애정 표현,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공개적인 애정 표현, 손편지와 같은 아날로그적인 방법 등이 효과적이다. 사랑은 말뿐만 아니라 태도와 표현에서도 드러나야 하며, 그 안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근본에는 상호 존중과 믿음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현대의 연인들도 춘향과 몽룡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지지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건강하고 행복한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요소이다.          




###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     


춘향가 중 사랑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교훈을 준다. 연인 간의 존중과 신뢰, 개인 간의 자유와 선택을 통해 사랑을 지속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고 건강한 연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존중’과 ‘믿음’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를 통해 사랑은 더욱 성숙하고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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