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 가면 엄마는 무엇을 할까?

한국에서나 사이판에서나 엄마는 엄마

Jul 2. 2025

사이판에서 아이가 학교에 가면 엄마는 자유시간?

사이판에 오면서 나와 아이는 둘 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내 채널에서 사이판 일상 중 가장 조회수가 많았던 콘텐츠가 “사이판 한달살이 엄마, 아이가 학교 가면 뭐 할까?”였다. 내용은 한국에서처럼 ‘빨래, 요리 그리고 청소하는 엄마는 사이판에서도 엄마다.’라는 영상으로 실망했을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살림

사이판 한달살이를 아이와 하다 보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이 아이의 음식이다. 사이판은 생고기보다는 냉동고기를 파는 슈퍼마켓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가격도 돼지고기는 저렴해서 부담 없이 자주 구워 먹기도 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면 가장 먼저 학교 주변의 마트로 간다. 사람이 적을 시간이고 아이가 하교 후 먹을 간식과 저녁거리를 조금씩 준비해 두었다.

사이판에서 내가 가본 어느 슈퍼마켓이나 한국라면은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어 한식을 요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아무래도 외국이기 때문에 물건값은 1.5배 더 비싼 편이다. 잼을 비롯한 각종 소스 등은 한 달 동안 사용할 것을 감안하면 사이판 도착직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한식을 해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밑반찬이나 김치를 전혀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 부분은 너무 후회했다. 집에서는 잘 먹지 않던 진미채볶음이나 콩자반을 한국에서 외할머니가 가지고 오셨을 때 아이가 정말 맛있게 먹더라.

장보기나 요가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청소와 빨래를 시작하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하지 못했던 일도 한다.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지 세탁기 한번 돌리고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나면 금세 또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된다. 아이와 단둘이 있었던 첫 2주간은 요가 이외에 개인시간을 찾지 못했다. 남편이 나중에 사이판에 오면서 해변에 단둘이 가거나 맛집을 찾아서 가보기도 했다.

요가 후 행복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사이판에서 스스로 할 일 찾기

과거 내 성격은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을 만나도 그 안에서 커뮤니티를 스스로 찾아 적응하기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거의 10년 만에 시작된 장기간의 해외생활에 아이의 생활을 제외하고 엄마인 나도 사이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이 많았다.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입소문 난 골드짐 헬스장을 등록하거나 비치로드를 따라 매일 아침 운동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골프를 배우시는 분들도 계셨다.

나도 영어공부나 할 겸 개인 영어 과외를 받아볼까?

사이판에는 지역행사가 있을까?

여러 고민을 하며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았다. 사이판 지역 신문도 읽어보고 SNS를 검색하며 정보를 찾아보았고 영어 과외 선생님을 찾기 위해 마리아나 대학에도 문의를 했으나 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일주일 두 번 정도 아이 등교 후 참여할 수 있는 요가 수업을 찾았다. 그곳에 갔던 시간이 나의 사이판 생활 중 큰 활력소가 되어 추천한다. 월요일과 금요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1시간 정도 요가수업을 한다. 장소는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해변가다. 처음에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해 사진을 열심히 찍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쉬운 운동은 아니었다. Kerri 선생님은 친절하셨고 틀린 자세도 수시로 교정해 주는 등 만족스러운 선생님이었다. 요가에 관심이 없으신 엄마들도 사이판에 오신다면 가보시길 추천한다. 일주일 두 번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있어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