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지쳤을 때 가면 좋을 실내공간
한 번은 아이의 체험 때문에 방문했던 곳에서 사이판 현지인을 만나 궁금한 것을 몇 가지 물어본 적이 있다.
“사이판에서는 보통 우리 아이처럼 또래 아이들이 학교 마치면 어떤 것을 해요?"
내 질문이 다소 생소했는지 대답을 오래 망설이더니,
“학원 같은 건 없고 대부분 집으로 가거나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아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해변은 왜 안 가요?”
“해변은 아이들끼리는 안 가고 주말에 가족들과 같이 가기 때문이에요.”
한달살이 동안 사이판은 항상 아이의 체험과 새로운 곳에 열정이 있는 엄마에게는 다소 정적인 곳이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조용하고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어디 매일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래도 내가 사이판에서 아이와 한 달을 생활하면서 “사이판의 하루 한 곳은 새로운 곳을 가보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MBTI J 엄마를 잘 따라와 준 우리 집 강아지에게 감사를 표한다.
당분간 브런치 스토리는 "사이판 구글맵 도장 깨기"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
사이판 유일한 영화관 Regal Saipan
사이판 도착 후 아이와 가장 먼저 해 본 문화생활은 영화관이었다. 영화관이 한국처럼 아이 등교 시간에도 열었다면 혼자 영화를 볼 수도 있었겠지만 오후 3시가 첫 상영시간이라 아쉬웠다. 한달살이를 한다면 영화관에 회원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지 전화번호가 없어도 가입은 가능하고 포인트를 적립하여 음료나 팝콘 업그레이드 같은 혜택이 있다. 티켓은 보관해 두었다 나중에 영화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추후 포인트 적립도 가능하다. 영화관람비는 보통 어른 9.5$, 아이 8.5$인데 회원가입을 하면 각 2$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당시 개봉했던 아이가 볼 수 있는 영화 중 Mufasa와 Dog man이라는 총 두 편의 영화를 사이판에서 보았다. 영화는 물론 영어이고 자막도 없다.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을까 약간의 걱정이 되었지만 팝콘 먹으며 시원한 곳에서 이야기가 흥미로웠는지 아이도 영화관 가는 걸 좋아했다.
주유소 직원에게 사이판을 떠나면서 “사이판은 언제 오는 것이 가장 좋나요?”라고 물어보니 살짝 으스대듯 “여긴 날씨가 항상 좋아요. 그래서 '매일'이 제 대답이에요.”라고 자랑스레 말하더라. 한달살이 하면서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는 해변에 살짝 지칠 때쯤 엄마도 아이도 영화관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사이판 공공도서관 Joeten-Kiyu Public Library
사이판에는 서점이 없다. 몇 해 전에 있었는데 폐업을 했다는 아쉬운 소식을 들었다. 대신 다행히도 도서관이 있어 아이와 일주일에도 몇 번이나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규모가 큰 도서관은 아니지만 아이가 간단한 책을 찾아보기에 좋았다.
도서관에는 주로 아이 하교 후 오후 2~3시 정도에 방문을 했다. 방문할 때마다 우리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많았다. 같은 숙소에 머무는 친구들을 종종 만나기도 했다. 아이가 처음에는 영어로만 되어있는 책에 지루함과 난감함을 표현하더니 본인이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나 짧은 글밥이 있는 책들을 찾아와 스스로 읽기 시작했다. 어린이책 종류는 충분히 많아서 나도 아이와 같이 다양한 영어원서를 보기도 했다.
특이했던 점은 도서관의 한 코너가 차모로어 관련 책들이었다. 사이판에서는 Hello로 인사하는 경우만큼 Hafa Adai(안녕하세요)로 인사하는 일이 많다. 차모로어는 사이판의 공용어인 만큼 일상생활에서는 영어와 차모로어를 비롯한 타언어를 동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Hafa Adai는 운전을 하다 보면 차량들의 번호판마다 적혀있기도 하다.
1월 말쯤 Chinese new year 이벤트가 있었다. 도서관 봉사자들이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설날에 관련된 책을 선정해 읽어주기도 하고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사자탈춤을 실제 어른들이 쓰고 나와서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한참을 보여주기도 했다.
행사가 매일 활발하게 있지 않지만 도서관 월간 달력을 미리 참고하면 재미있는 이벤트에 아이와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