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찾은 내 짚신

아토피인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by Celine
아토피인의 연애

아토피가 있는 사람이라면 숱한 고민들 중 하나는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대학교 때 알게 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후천적인 아토피로 고등학교 때부터 아토피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단다. 나도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심함의 정도는 내가 더하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한해 한해 지나면서 아토피가 심해지더라. 내가 아프리카에 갔을 때 아토피약을 보내주기도 한 친구 H. 그녀와 "우리는 아토피인데 우리도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무리 성격이 좋고 예의가 있다고 해도 '이성 vs 이성'으로 봤을 때 시각적인 것이 서로에게 끌리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무 살 그리고 서른 살이 되어도 얼굴과 몸에 컨트롤되지 않는 아토피를 가진 나는 거의 0점에 가깝다. 왜냐면 나조차도 이런 내가 싫을 때가 많았으니까.

그래서인지 연애 그리고 결혼은 나에게는 귀찮고도 가끔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누군가를 만나 온전한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건 약간의 뻔뻔함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프리카에서 찾은 내 짚신

그는 내가 아프리카에서 회사 2년 차에 입사했다. 큰 키에 외모가 선하고 무엇보다 그의 회사 노트북에 배경화면으로 저장된 조카들의 사진에서 그의 따뜻함을 처음 느꼈다. (중간 과정은 내가 나중에 아프리카 이야기를 메인으로 쓸 때 다시 한번 쓰고 싶다.) 그와 정말 '어쩌다 보니' 그리고 '어느새' 연인이 되어있었다.

내가 아토피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유가 있다. 그는 나를 만나면서 단 한 번도 내 피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눈앞에 마치 토마토 같은 여자가 앉아서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셔도 그와 함께 있을 땐 내 피부는 더 이상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DSC07414.jpeg 2013년

그에게는 아토피로 고생했던 누나가 있었다. 누나에게 부탁해서 아토피 약을 한국에 휴가차 방문했을 때 받아다 주기도 했다. 그를 만날 당시 난 아토피가 극도로 심해져 두피까지 진물이 나 머리카락과 진물이 뒤얽히고 딱지가 덕지덕지 생기곤 했다. 그런 나에게 늘 '괜찮다.'라고 말해주며 진물을 닦아주고 머리에 약을 발라주었다.

짚신도 짝이 있다.

나는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내 짚신을 찾았다.

keyword
이전 08화아토피인 아프리카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