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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Dec 23. 2021

결혼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행복은 환상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혼만 하면 저절로 행복해질 줄 알았다. 햇살 가득한 신혼집에서 아내와 장난치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신혼생활 3개월 차, 부부싸움의 쓴 맛을 보기 시작했다. '결혼식'을 화려하게 잘 마쳤다고 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행복의 지름길처럼 너무 쉽게 생각한걸까? 행복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었다. 내가 쉽게 내뱉는 말과 행동이 날카로웠는지 아내를 속상하게 했다. 날마다 아내의 눈치를 보며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어려서부터 품어온 내 결심은 처참히 무너졌다.

'부모님처럼 매일 싸우면서 살지 않을거야!
나는 반드시 행복한 가정을 이룰거야!'
 

결혼하면 '환상'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환장'할 것 같았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아내와 소통이었다. 아내의 말을 왜곡해서 받아들였고 내 마음을 방어하기 위해 경멸의 눈빛과 큰 목소리로 아내를 공격했다. 억압된 감정이 큰 사람일수록 내적 불행에서 벗어나려고 허상과 환상을 만든다. 결혼하면 내 불행한 내면이 깨끗하게 리셋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결혼의 동기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려는 것 보다 내 행복을 위함이었다. 아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결혼했으니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다. ‘존 브래드 쇼’는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에서 ‘마술적 믿음’을 설명하는데, 내 생각 패턴과 거의 일치했다.


마술적 믿음: 자신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어떤 사건이나 사람이 자신의 현실을 바꾸어 줄 것이라고 믿는 것


결혼생활은 뜨거운 연애 감정으로만 사는 줄 알았는데, 머리를 쥐어 뜯으며 참아야 하는 순간이 더 많았다. 결혼해보니 억압된 감정 문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죄없는 아내에게 표출되었다. 아내로부터 안정감을 느꼈던 탓에 부모에게 배운 거친 모국어가 사투리처럼 튀어나왔다. 그동안 나를 대하던 어머니의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인 말투가 아내에게 그대로 부지불식간에 표현됐다. 나의 차가운 언어에 상처받은 아내는 바로 티내지 않고 참아줬다. 내가 잠들고난 후 조용히 등 돌려 눈물을 닦는 시간이 많았다. 아내가 수시로 혼자 울었다는 사실을 몇 년이 지나서 알았다.


그동안 나는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회피로 대응했다. 상대방이 어려움을 표현해도 내 불편한 감정이 앞서 나 자신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피할 곳이 없었다. 부부 사이는 숨기는 것이 더 어렵고 불편했다.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아내와 잘 살려면 어딘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동안 알고 싶지 않았던 내 분노의 뿌리를 찾아야 했다. 


몸에 배어버린 어린 시절의 습관은 '의지'로 통제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내 통제 밖이었다. 아내가 어렵다고 말하면 공감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내 마음을 보호하려고 더 큰소리를 치는 내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항상 부부싸움은 해결되지 않고 속상하게 끝났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결심해도 다시 분노하며 방어하는 부정적인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아내가 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내도 생존을 위해 나를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한 결혼은 이게 아닌데.’ 신혼 생활1년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결론이다. 

'나는 아내와 같이 살 능력이 없는 사람이구나.' 


아내와 잘 살고 싶었다가정을 지키는 방법이 뭘까? 답은 간단했다. 통제할 수 없는 나의 내면을 치유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려면 치유를 미룰 수 없었다. '결혼'이 '아내'가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행복과 불행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  



[생존책방 셀프치유 가이드]

1. 상대방에게 나의 행복과 불행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던 '마술적 믿음'이 있었는가?
2. 나의 행복과 불행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어떤 책임을 다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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