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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Dec 30. 2021

나 이러다 이혼당하는 거 아니야?

결혼생활 생존을 위해 치유를 선택하다

“미안하다고 그만해! 어차피 똑같이 행동할 거잖아!”


반복되는 갈등에 지친 아내가 말했다. 아내를 속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또 실패했다. 퇴근 후 나는 늘 피곤해하는 남편이다. 종일 집에서 육아로 씨름한 아내 마음을 돌아볼 여유는 없다. 아내는 그동안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수없이 요청했지만 내 필요가 먼저였다. 대화없이 내가 먼저 잠드는 날이 많았다. 아내는 몇 번이나 참고 겨우 감정을 다스리며 말했다. "여보랑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피곤한 나는 생각해 주지 않고 끝없이 요구하는 아내가 불만스러웠다. 아내는 왜 자꾸 싸우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느끼기에 아내는 갑자기 화내는 사람이었다. "여보. 그럼 평소에 나에게 말을 잘 하지 그랬어?" 라고 내가 말하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꾸준히 말해왔어.” 아내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면 나는 아내가 왜 화가 났는지 맞추는 게임을 해야 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아내를 속상하지 않게 하는 것인데. 마음 상한 아내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이렇게 묻는 것이다. "여보! 화났어?" 정말 바보 같은 말이다. 화났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묻는건데? 내 진짜 문제는 부드럽게 풀어갈 화해 능력이 없는 것이다. "아! 여보 마음이 이랬구나. 내가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다음부터는 이렇게 해볼게. 여보 좋아하는 것 먹으러 나가자!" 이렇게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내게 공감 능력은 '1'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내와 다툰 후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화낼 때는 언제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버림받을 것 같은 아이처럼 두려움에 휩싸였다. 누군가를 돌보기에 내 감정 나이는 너무 어렸다. 아내가 힘들다고 표현하면 자기가 더 힘들어한다. 누굴 감싸줄 여력이 없다. 고통조차 소화할 능력이 없어서 내 마음을 달래기에 급급하다. 반복되는 부부싸움으로 지쳐가는 아내의 얼굴을 지켜보는 것도 고통이다. 아내의 눈치만 보며 미안해하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여보. 더 이상 못하겠어.

아내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은 이혼이었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우리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혼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지금 가장 소중한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나는 가정을 세울 능력이 부족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 '변화'였다. 결혼생활에서 생존하려면 내면 치유가 필요했다. 어떤 방법이든 최선을 다해야 했다.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정말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볼게. 속상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아내는 내가 미안하다고 할 때마다 못이기는 척 계속 기회를 줬다.


심리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내 통제 불가능한 고통스러운 내면의 힌트는 '어린 시절'에 있었다. 상담을 하며 나에게 어떤 감정과 욕구가 있었는지 하나씩 짚어가기 시작했다. 상담 선생님이 권해준 첫 번째 처방은 '잠들기 전 대화 시간갖기'였다. 아내가 더 이상 속으로 참지 않고 바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줬다. 아내가 어렵게 입을 열어서 말을 하면 속에서 반박하고 싶은 말이 차올랐지만 꾹 삼켜야 했다. 상담 선생님에게 배운 '타임 아웃'을 매일 적용했다. 감정에 지배되었을 때 잠시 멈춰서 '내 감정'과 '내가 원하는 것'을 의식해 본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내 속은 볶이고 있지만 '원하는 것'을 정신차리고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 수 십번, 수백 번 연습이 필요했다. 지금도 어렵다.


퇴근 후 집 현관문을 열기 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나는 이 가정의 가장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아내와 자녀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변화되는 일이 참 더디고 어렵다. '내가 정말 변할 수 있을까?' 좌절하기도 수십 번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변화되지 않고 내가 가진 상처와 공존하며 사는 것이 더 불편한 일이다. 내가 계속 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이유는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때문이다.    




[생존책방 셀프치유 가이드] 감정을 다스리는 법

1. 타임아웃
2. 내게 일어난 '감정'과 내가 '원하는 것' 구분하기
3. 내가 원하는 것 선택하기
4. 꾸준히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의 동기 찾기(예: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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