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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Dec 27. 2021

열등감 폭탄 남편 처리법

열등감 남편은 '우쭈쭈'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잠을 줄여서라도 일을 더 하면 될 거 아니야!"


참고 참다가 결국 거칠게 뱉어 버렸다. 부드럽게 표현하면 좋았을 텐데 감정 제동장치가 또 고장 났다. 아내와 '돈 관리'를 어떻게 할지 대화하다 폭발하고 말았다.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무엇을 줄일지 상의했다. 나는 보험을 줄이자고 말했고 아내는 이미 최소화로 줄였다고 했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줄여야 하는 것도 맞지만 소득이 더 필요한 문제였다. 아내는 "당분간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 외벌이를 선택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결혼 초기에 넉넉하게 시작하지 않아서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순간 내 열등감이 급발진하고 말았다. 아내는 결코 내 능력에 대해 말하거나 무시하는 말로 공격하지 않았다.    


아내는 '문제'에 대해 말했지만 나는 '존재'가 부정되는 것처럼 느꼈다.


아내는 나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고 무능한 남편처럼 느껴졌다. 감정이 가라앉고 생각해 보면 다툴 일이 아니었다. 내 열등감 때문에 잘못 해석한 일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난이 싫었고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열심히 노력할 테니 날 믿어줬으면 좋겠어!"라는 말이었다. 이 생각을 잘 표현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건들지도 않은 열등감 스위치가 자동센서처럼 발동되어 버렸다. 사실은 내 안에 있던 어린아이가 켠 스위치다.   


열등감이 있는 이유만으로 단순히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화내고 있지만 속은 두렵고 불안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방법을 몰라서 소리치며 우는 것과 같다. 열등감의 뿌리 감정은 '수치심'이다. 수치심은 자기 존재를 부끄러워하는 감정이다. 부모로부터 인정받아 본 경험이 없으면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다. 많은 경우 열등감 있는 남편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할 줄 모른다.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열등감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감정이다. 열등감은 현실과 이상의 격차를 크게 느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적당한 열등감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수치심에서 비롯한 열등감은 이상에 대한 욕심만 있고 노력은 하지 않는 찌질한 모습이다. 

     

결혼 후 아내와 잦은 갈등을 겪으며 깨달았다.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열등감 폭발 남편'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나보다 더 황당하고 힘든 건 아내다. 결혼했더니 남편이 열등감에 찌든 사람인걸 어떡하나?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열등감 있는 남편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모르지! 알면 이렇게 살겠니?" "남편이 먼저 변하려는 의지가 있어야겠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남편은 자신을 공격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 언제 폭발할지 몰라. 그렇다고 해도 기죽지 말아야 해. 그냥 열등감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야지 뭐. 언젠가 열등감은 사라지고 남편이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믿음을 매 순간 가져야 해." 


그저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아내의 말이 고마웠다. 아내는 그동안 내 성격을 참아주느라 속상해서 눈물 흘린 날이 참 많았다. 혹여나 내가 열등감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한 번 더 신경 쓰고 말해줬다니, 감동이다. 나는 스스로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아내의 인정과 사랑을 받아보니 알겠다. 나는 '우쭈쭈'가 필요했다. 

"여보! 계속 '우쭈쭈' 좀 부탁해!"



[생존책방 셀프치유 가이드]

1. 열등감을 느꼈을 때 '팩트'와 '왜곡된 해석'을 잘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2. 열등감은 자신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할 수 있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을 요청하라. 
어려울 경우 나 스스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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