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나 Dec 09. 2021

1. 북트럭은 착하다

두나의 학교도서관 일기 

   북트럭은 착하다

북트럭은
너무
착한 것 같아요
선생님



아무 말 없이
책을 담아주고
집을 찾아주니까요

어느 오후, 여느 때처럼 반납된 책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한 학생이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아무 불평불만 없이 책을 받아주는 저 북트럭은 너무 착한 것 같다고.. 심지어 집도 찾게 도와주니 너무 착한 아이라고..

가끔씩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깜짝 놀라곤 한다. 대체 평소에 어떤 심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어른으로 자라 버린 걸까? 

북트럭은 도서관에 반납된 책을 임시로 꽂아놓는 곳이다. 책수레라는 비슷한 말도 쓰인다. 사서교사에겐 필수적인 아이인데 하루 동안 대출 반납한 책들을 정리하고, 요즘엔 소독할 책들을 잠시 두었다가 소독 후 정리하기 전에  보관용도로도 쓰이는 그야말로 만능 아이템인 아이다.



사서교사 10년 차

하루에도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학도서관에 방문한다. 책을 좋아서 방문하는 아이, 그저 쉬는 시간을 때우러 오는 아이, 친구 따라오는 아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면서 들르는 아이.. 등등 

그저 대출반납을 하며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이 대다수이지만, 도서관에 항상 방문하면서 나와 친분을 쌓는 아이들도 물론 많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쉬는 시간마다 자기 집처럼 출석체크를 찍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요일별 학년이 나누어져 있어서 이전처럼 매일 아이들을 볼순 없고, 그 덕분에 뜻하지 않은 여가시간? 이 나에게도 주어지곤 한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도 도서관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아이들은 존재한다. 그런 아이들은 도서관 선생님과 한마디라도 더 나누면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나의 꽃이다.

보면 볼수록 새롭고 나에게 새로운 향기를 준다. 위의 북트럭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언젠가 글을 쓰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다면 이것을 무조건 제일 먼저 소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아이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걸까? 


나는 반성한다.

하루에 수십 번씩 북트럭을 보지만 한 번도 감사하다고, 착한 북트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나의 할 일을 하고 있고, 북트럭 저 녀석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일을 계기로 북트럭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 녀석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을 묵묵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도 좋아서 하는 일이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북트럭이 착하다고 말해줬던 그 학생만이 북트럭 입장에서 대변해줄 뿐이었다.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북트럭은 묵묵히 무거운 책들을 받아주었고, 책들이 집을 찾아줄 때까지 임시 보호해주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사서 선생님이 책자리를 찾아주었고, 늘 반복된 하루를 살고 있었다. 


어쩌면 그 학생은 자기 마음도 이렇게 알아달라고 말해주고 있었을까? 나의 의지이건 억지이던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도서관에 오고 있다고? 이 일을 계기로 난 도서관에 있는 물건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사서교사를 계속하는 한 정년까지 나의 곁을 지켜줄 소중한 친구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 곁에 소중한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내가 시간을 들인 만큼 더욱 소중히 해야 결과적으로 나에게 귀해지며 나를 지탱해준다. 아이들과 책도 마찬가지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