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나 Dec 20. 2021

3. 분실 이야기 두 번째: 책은 절도가 아니라고요?

학교도서관에도 절도는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 이어서..


책 분실 케이스 2: 등록번호가 제거된 책이 화장실에?


10년의 교직경력을 통틀어 책 분실과 관련한 가장 충격적인 일화를 이야기하라면 단연 화장실에서 발견된 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교사 2년 차에 있었던 일이다. 한 동료 교사가 교사용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발견이 되었다며 한 권의 책을 도서관에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확인해보니 그 책은 물에 다 젖어 더 이상 사용가치를 잃어버렸고, 책 표지에 붙어있어야 할 등록번호도 다 제거된 후였다.


다행히도?

표제지(책의 본문 인쇄용지 앞에 붙이는 종이로서 서적의 제목, 부제목, 저자명, 출판사 등이 인쇄되어 있다)에 찍혀있는 장서인(책을 소장한 사람이 자신의 소유임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인장으로써 도서관의 이름이 적혀있는 도장. 보통 등록번호를 기재해 놓는다)으로 책의 등록번호를 알게 되었고, 조회 결과,, 대출 가능한 책이었다. 이 말인즉슨 아무도 대출을 해가지 않은! 본래대로라면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을 책이 도서관 밖으로 스스로? 나가 화장실에서 발견된 거였다. 책에 발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누군가가 책을 무단 반출하여 밖으로 가지고 나간 것도 모자라 훼손까지 하게 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책을 가져다 주신 선생님과 

분노 서린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절도는 나쁘지만
평소에 책을 잘 읽는 학생이었나 봐요.
그나마 책도둑이니까 다행이에요~
얼마나 귀여워요


라고 해맑게 이야기했던 그 선생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귀엽다고요?? 어디가 어떻게 왜요??

책을 돌려주신? 그 선생님 잘못은 아니니  탓할 순 없었지만 너무나 해맑은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잊었었다. 그 선생님은 정말 순수하게 말씀하신 거였고 약간의 농담 아닌 진담을 섞어 대출한 책이 아니니 누구인지 밝힐 수 없겠네요..라고 하시며 이야기를 마무리하시고 떠나셨다. 내 맘이 어떨지 상상도 못 하신 채로,,


이후 이 사건은 

도서관과 복도에 CCTV가 없어 학생을 특정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애꿎은 책만 폐기 처리되어 종결되었다.

이런 사건의 경우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 책 분실 관리를 제대로 안 한 내 잘못? 나의 눈을 피해 책을 몰래 가지고 나간 학생? 책 분실과 관련한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도서관 이용자에 대한 실망감은 커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책 절도는 분명한 절도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중요한 포인트는 학생이 교사 모르게 책을 무단 반출시킨 것도 모자라 증거를 은폐? 하여 보란 듯이 화장실에 두었다는 사실이다. 훼손된 책을 교사용 화장실에 당당히 두었다는 건 마치 선생님께 발견되기를 바란 누군가의 소행임이 분명하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기에 욕심으로 반출한 책을 무인 반납함에 넣거나 도서관에 가져다 놓거나 했으면 과정은 씁쓸하지만 책과 학생 그리고 교사 모두 상처 받지 않고 끝날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대출해간 책을 유심히 보는 버릇도 생겨났다.

정말 씁쓸한 직업병이 아닐 수 없다.





이전 02화 2. 분실 이야기 첫 번째: 반납을 했다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