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나 Dec 13. 2021

2. 분실 이야기 첫 번째: 반납을 했다고?

사서교사라면 누구나 겪는 난감한 순간


1년에 학교도서관 책 분실률이 얼마나 될까?

학교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처럼 책 분실 방지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다. 이전에 한번 동료 사서 셈께 분실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천만 원 넘게 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보통의 학교도서관 예산이 책 구입 예산을 포함해 이천만 원이 넘기지 않는 현실을 생각하면 너무나 비싼 가격이다.

이전에 교장선생님 요청으로 한번 업체에 견적을 내본 적이 있었는데 초기 자본 5천만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에 바로 접었었던 경험이 있다. 그만큼 돈도 많이 들지만 학교에서의 분실 방지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효과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도입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대체 연간 분실률이 얼마나 되기에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것일까? 똑같을 순 없겠지만 대략 학교도서관의 장서수를 2만 권으로 잡았을 때 0.2% 내외로 분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사서교사가 파악하고 있는 숫자이고, 말없이? 발이 달려 없어진 책들까지 합치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분실 케이스 1 : 책을 반납했는데 도서관에 왜 없는 걸까?

사서교사라면 너무나 크게 공감할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책이 연체되어 학생에게 공지했는데 그 책은 반납한 책이란다. 반납처리가 안되어 있지만 학생이 반납을 했다고 이야기하니 내 실수인가? 하고  찾아보면 역시나.. 책이 없다. 이럴 경우 다음 순서는 학생에게 집에 가서 다시 찾아보아라. 교실에서 다시 찾아보아라. 이야기하고 선생님도 도서관에서 다시 한번 찾아본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매뉴얼적인 순서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뻔한 이야기가 먹히지 않는 예외도 있는 법! 울며불며 난 그 책을 분명 반납했고 집에도 교실에도 없단다! 하,, 정말 난감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반납한 책이 도서관에 없는 것일까?


처음 사서교사 일을 시작했을 땐 학생들의 이야기를 100프로 신뢰했었다. 

아무렴 학생이 반납했다는데 책이 없어도 반납처리를 해줘야지. 그래그래 네 말이 맞아 선생님이 잘못했어 미안해. 라며 사과하기도 일쑤였다. 그렇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으니 아이들은 당황하면 무조건 맞다고 말하는 긍정 싸인 신호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쁜 마음으로 반납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진짜로 기억이 안 나서.. 자신조차도 확신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네가 반납했다는 것을 100프로 확신하니? 라며 수학적으로 접근하면 대개 열에 아홉은 그렇게까진 확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하곤 한다. 


책 분실과 관련한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난 후엔 우선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찾아보라고 고지한 후 충분히 기다려준다. 연체된 하나의 책 때문에 책을 못 빌릴까 두려워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책을 제외하고 다른 책들은 빌릴 수 있도록 하여 계속적인 독서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였을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책을 다시 찾아온다. 물론! 이 방법 저 방법 다 안 되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책을 좋아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니 내가 수습할 수밖에!


그럼에도 책을 빌려줘야 한다

분실률이 무서워서 책을 안 빌려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감수하더라도 책을 읽도록 유인하고 도서관으로 올 수 있도록 행사를 진행하고, 평생 독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용자가 없는 학교도서관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사서교사는 평생 을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전 01화 1. 북트럭은 착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