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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지 Mar 27. 2023

기꺼이 우울해보자.

Fighting My Spirit


앞서 정리한 빅터 프랭클의 책을 나의 언어로 소화한다면, 이렇다.

['시련'은 인생의 디폴트이며,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내 행동의 기준인 '태도'뿐이다. 나의 결정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회피해도 결국 내 인생이 짊어지게 된다.]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고 그가 말한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라]는 뜻을 적용해 보고 싶었다. 


살다 보니 유독 감정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비슷한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우울의 바닥을 찍어봐야 그제야 비틀비틀 일어날 수 있는 사람, 딱 나 같은 사람말이다. 실망, 책망, 절망, 원망, 낙망,,,,모든 감정을 하나하나 다 겪어야 하는 사람.


진작에 예감했었다. 내 갱년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아주 갱년기를 전기, 중기, 말기의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온전히 겪을 건가 보다. 시작의 초입에서도 이렇게 꼬꾸라지니 말이다. 아..... 나란 여자야!  이것이 '평지풍파 사춘기의 리바이벌'이라면 절대 온 힘으로 거부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위기는 기회가 된다는데 내 인생의 굴곡을 먼저 이해해야 지금의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않을까' 하는,,,

스피노자도 그랬다잖냐.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길 멈춘다.'라고.


그래서 이딴 짓까지 해봤다.

몹시 민망한 짓인 거, 마우스를 쥔 손이 자꾸 오그라들어서 충분히 느꼈다. 그래도 기획자의 분석력을 끄집어내어 객관적 시선으로 내 삶을 분석하고 나의 우울을 정의 내리려 노력했다. 이런 오글거리는 짓을 두 번 다시 할 수 없으므로, 이번 일만 잘 넘기면 이제 난 죽을 때까지 우울해하지 않으련다. 


부끄러운 이것은, 기꺼이 우울해봄으로써 이번만큼은 내 감정의 주인이 되어보겠다는 

닭살 투혼이다. 

鬪 싸울 투ㆍ魂 넋 혼

Fighting My Spirit







Hitting Bottom of my life



내 인생굴곡은 대략 이러하다. 마음에 새겨야 하니 글로 정리해 보겠다. 민망하게 10대 시절 얘기는 안 한다.


내가 꼬꾸라질 때마다 공통적으로 트리거가 있었는데, 인간과 돈이 디프레션의 기폭이 되는 것이다. 그 위태위태한 순간, 내 몸통을 쥐고 뒤흔드는 사건이 터진다. 그러면 우울의 바닥으로 곧장 추락한다. 그때의 내가 보이는 리엑션은 대체적으로 숨는 것이다. (20살에는 학교를 주구장창 안 갔고. 30살에는 칩거했으며. 45살의 지금은 은둔자가 될 기세다.) 깊은 우울이 안개처럼 내려앉았다가 걷힐 때쯤 터닝 포인트가 생긴다. 대개 내 정신을 쏙 빼놓는 '집중할만한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열심히 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난 우울의 깨달음은 일단 접어 둔다. 하지만 그 마음은 결국 해결 안 된 문제 덩어리로 커져서 다음번 우울의 밑거름이 된다. 



개요를 정리하면 위와 같고, 세부적인 내용으로 풀자면 다음과 같다.


나에게 자신이 없는 열등감이 배신이라는 사건 앞에서 20살의 나를 무너트린다.

30살까지도 인간관계에서 위로를 찾으려 했던 미숙한 나는, 나의 아픔이 주변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자 심각한 외로움에 빠진다.

사업을 시작하며, 출산이든 인간관계든 안 되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다.

아이를 낳고 평범하지 않는 육아를 하며 [당장 해야만 하는 일들]이 첩첩산중으로 쌓인다.

지금 내 삶에서 내가 결정하는 게 없는 거 같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해결하고 살다 보니, 내 노력의 가치를 내가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밑 빠진 독에 너는 물만 부어라 하는 듯.

번아웃이 온다. 때마침 갱년기다. 


이렇게 스토리로 적어 놓고 보면, 술 집에서 떠드는 흔하디 흔한 중년의 푸념, 그게 맞다. 

하지만 그래프로 자세히 보면 내 감정의 묘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란 인간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일관성 있게 한 방향으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찌질하긴 해도 '나란 자아'가 확실하구나! 안정감이 없이 사는 내 자아가 삶을 이렇게 흔들리게 하는구나! 한 인간의 인생 그래프인 건 맞네, 뭐... 좀 못나서 그렇지 적어도 이중인격, 다중인격(?)은 아니구나! 싶은 건 다행이었다.




Let hindsight become foresight!



분석해 보면, 낮은 자존감은 인간관계에 의존하게 만들고, 안 되는 일을 놓지 못하는 욕심이 나를 결단력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게 만든 것이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고, 누가 가둬둔 것도 아닌데 늘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결국 나의 기저가 불안정하다는 문제로 종착된다.


뒤통수 한 번 세게 갈기고 싶었던, '못난 나'를 끌어다 앞에 앉혀 놓는다.


너는 들어라. 

너의 불안전성을 자각하고,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나쁜 사건에 대한 부정적 Reaction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정적 Decision을 하는 건 너의 잘못이다.

옳은 선택을 해라!


너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 Let hindsight become foresight!

우울을 다 겪고 뒤늦게 깨달았던 Hindsight를 이번에는 Foresight로 만드는 것이다.


행동강령 01 _ 인정

너란 존재의 타고난 불안정성을 인정해라. 넌 갯벌 같은 아이니라. 어찌해도 원래 푹푹 잘 빠진다.

행동강령 02 _ 자유

책임과 의무에서 평생 도망 못 친다. 그게 삶이다. 너의 역할과 동반할 수 있는 너만의 자유를 찾아라.

행동강령 03 _ 선택

나를 나답게 표현하고, 나를 나로 만드는 일을 해라. 나를 나답게 만드는 선택을 해라.







이 세 가지 행동강령을 따라 살면, '못난 나'를 단도리할 수 있을 거 같다.

다짐이 아닌 결심을 한다. '이제껏 살아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보자!'라고,,,,,

한 가지에 올인하는 삶이 아니라 균형을 가진 삶을 만드는 것이다.


첫째, 내가 잘하는 것 :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 준 것들 

둘째, 내가 해야 하는 것 :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

셋째,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  미래의 나를 위해 꿈꾸는 것들


이 세 가지의 것을 균형 있게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방법을 찾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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