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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지 Jul 16. 2023

주마가편 VS 주마간산

달리는 말의 고삐를 잡고, 나는 무얼 생각하는가?


말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사자성어가 두 가지가 있다. 


주마가편  走馬加鞭 _ '달릴 주, 말 마, 더할 가, 채찍 편'   

달리는 말에게 더욱 채찍질을 한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층 더 분발하도록 다그치거나 일깨워 북독아 주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격려의 의미로 하는 행동과 더불어 스스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의지를 다지는 모습에도 쓰인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주마간산  走馬看山 _ '달릴 주, 말 마, 볼 간, 뫼 산' 

달리는 말 위에서 산천의 경개를 구경한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말 위에서 산천을 보는 것처럼 사물을 대충 훑어본다는 의미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주마간산은 원래 중국 원래 중당기(中唐期)의 시인 맹교(孟郊)가 지은 〈등과 후(登科後)〉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내포한 뜻이 좀 다르다. 맹교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시를 지으며 살던 중, 어머니의 뜻에 못 이겨 41살의 늦은 나이에 과거에 응시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뜻과 달리 낙방하고 수모와 냉대만 받다가, 5년 뒤인 46살에야 겨우 급제하였다. 그는 술자리에서〈등과 후〉라는 시로써 그 마음 안의 뜻을 풀어놓았다.

지난날 궁색할 때는 자랑할 것 없더니(昔日齷齪不足誇)
오늘 아침에는 우쭐하여 생각에 거칠 것이 없어라(今朝放蕩思無涯).
봄바람에 뜻을 얻어 세차게 말을 모니(春風得意馬蹄疾)
하루 만에 장 안의 꽃을 다 보았네(一日看盡長安花).


이 시는 급제 전과 급제하고 난 후의 세상이 자기를 보는 인심이 다름을 풍자한 시이다. 

즉, "성공을 했더니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꽃처럼 보인다"를 의미한다.

주마간산은 이 시의 3연과 4연의 '달리는 말 위에서 꽃을 본다.'는 주마간화(走馬看花)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기서 주마간화는 대충 본다는 뜻이 아니라, 하루 만에 장 안의 좋은 것을 모두 보았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이 표현이 오랜 시간 쓰이면서 꽃[花]이 산(山)으로 바뀌고, 점차 그 뜻이 변화되어 일이 바빠 대강 훑어보는 모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주마가편과 주마간산 모두 '성공'과 관련됐다.

주마가편은 성공을 하려면 잘 된다 싶을 때 더 분발해서 열심히 하란 뜻이고,

주마간산은 성공을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아름다워지고 그 눈으로 세상을 보면 '대강 훑어보게 된다는?',

즉, "성공을 하면"이라는 조건절을 달고, 그러면 '뭐든 대충 봐도 아름답다'라고 종속절에 맞춘 문장이다.

어떤 선현들은, 기수의 채찍질로 앞으로 최선을 다해 전력질주하는 말의 모습이 계획된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사람의 삶과 같다고 보았나 보다. 반면 다른 어떤 선현은,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터덕터덕 걸어가는 승마놀이의 유유자적한 만족감이 삶과 같다고 느꼈었나 보다.


말인즉슨, '달리는 말'은 '흐르는 삶'과 같다는 것이다.

내가 말 위에서 주마가편을 하든지 주마간산을 하든지 간에, 말은 그저 앞으로 달린다.

내가 고삐를 바짝 당기면 빠르게, 느슨하게 놓으면 느리게, 당겨지는 방향대로 손 끝 발 끝에 따라, 

말은 그저 앞으로 달린다. 


삶도 그렇게 앞으로 달린다.

내가 고삐를 바짝 잡아도,

고삐를 냅다 놓아버려도,

한쪽으로 확 틀어버려도,

그래도 방향과 속도만 달라질 뿐, 어쨌든 앞으로 달린다. 그것이 삶이다. 


어쩌면 그래서 고마운 게 삶인 거 같다.

나와 상관없이 앞으로 내달리기에, 결국 나도 살 수 있는 거 같다.


내가 안달복달해도 정해진 대로 흐르는 시간의 꾸준함이 나를 꾸짖고,

내가 내팽개쳐버려도 나 이외의 주변 것들이 꾸준히 돌아가줘서 그냥저냥 메꿔지고,

내가 획 돌어서 버려도 다른 것들도 이전 것과 같은 속도로 돌고 있어 발란스를 찾는,

째깍째깍,,,,일정한 간격으로 흐르는 꾸준함이라는 초침의 운동으로 

고통이 완충되는 것이 삶이라는 태엽이다. 



삶은 결국 앞으로 향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위에서 어떻게 고삐를 잡고 있을 건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달리는 말의 고삐를 잡고, 나는 무얼 생각해야 할까?



나는 일단 '주마감사'를 하겠다. 走馬謝 _ '달릴 주, 말 마, 느낄 감, 사례할 사'   

달리는 말 위에서 내 대신 뛰어주는 말에게 감사한다. (불꽃님)


가만히 앉아 있는 나를 대신해, 똥덩이처럼 늘어진 나를 들쳐 매고 가열하게 내달리는 말이 얼마나 고마운가.

내가 무참히 내 던져버리 듯 팽개친 이 시간에도 

내 주변의 인물들이 자라나고, 상황이 변화하고, 달력이 넘어가고, 분기가 지나고,

나 그 밖의 것이라도 변하게 앞으로 내달려주는 말이 얼마나 고마운가.

내가 쉬면 모든 게 멈추는 세상은 진짜 골 때린다. 

안 그래도 뭘 하지 모르는 나인데, 내가 할게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쉬어도 돌아가는 세상에 감사하며 살자.

그래서 조용히 닥치고 지금 여기, 이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다. 

주마감사하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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