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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지 Mar 25. 2023

선택, 시련, 책임

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삶의 의미


힘들어 힘들어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나오는 소리가 있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 너 정도면 살만 한 거야',

그래, 뭐 그렇지.

일단 오버하지 말라며 나를 다그치고 넘긴다.

...

그래도 풀리는 건 없고,


속 얘기를 풀어놓는 친구한테도 쓰윽.. 말해본다.


"세상 사람 다 그래, 너만 힘든 거 아니야"


그래, 뭐 맞는 말이지.

이건 누구한테 말해서 풀리는 것도 아니고, 무게를 달아서 저울질할 것도 아니고,,,

하늘 위 구름처럼

어느 날은 시꺼멓게 뭉쳤다가, 살랑살랑 흩어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가도 또 불쑥 나오는

마음속 뭉치랄까...


암튼 됐고,

그럼 왜 자꾸 난 힘든 건데??




"나는 아우슈비츠에서도 살고 싶었다.", 빅터 프랭클, 1946


안쓸인잡을 보다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라는 책을 만났다.


유대인으로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수용소에서도 수감자들의 정신을 돌봤던 그가 전쟁이 끝난 후 빈에 돌아와 마지막 남은 가족인 아내마저 수용소에서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고 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살아남은 그의 친구들은 그가 죽을까 봐 크게 걱정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서서히 우울의 깊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되면서, "어떤 큰일을 겪는다는 것, 그것이 무엇이고 얼마나 흔치 않은 일이건 간에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다."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하기 시작했다. 그 생각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면서 프랑클은 자신의 수용소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불과 9일 만에 초고를 완성한 이 책의 독일어판 제목은 [한 심리학자의 강제수용소 체험기(Die Psychotherapie in der Praxis)]였고, 영어판 제목은 [인간의 의미 탐구(Man's search for meaning)]였다. (한국에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정신의학의 탄생, 2016.01.15, 하지현)



앉은자리에서 쭉 읽고 그냥 멍해졌다.


"삶의 의미는 뭘까?"


빅터 프랭클은 이 책에서 말한다.


"삶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저 사람과 나의 삶의 의미가 다르고, 10년 전 나와 지금의 나의 의미가 다르다.

우리가 삶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냐가 아닌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유의미함을 저울질하면 안 된다. 그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것도 해당된다. 단지 삶의 의미는 현재의 시련 속에서 나의 선택으로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같이 절망뿐인 곳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건 목적을 가져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이 아닌 그저 지금 살아가는 의미로서의 목적을 말한다. 그 의미는 시련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는 방식으로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공포로 가득한 수용소의 생활을 덜 사실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대부분의 수감자들이 가족들과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하루를 버티려 했다. 하지만 빅터 프랭클은 주어진 현실을 무시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하는 건 스스로 퇴행하는 길이라 말한다. 실제 존재하는 현실에서 현재를 박탈하는 행위에는 어떤 일정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것은 더불어 그의 정신력도 상실하게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즉, 그는 현실을 외면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퇴화시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퇴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은 아주 갑자기 위기라는 형태를 띠고 일어난다.


사실 그 끔찍한 수용소에서도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삶의 의지를 잃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말이다. 이는 그 앞에 닥치는 모든 일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이 위기가 단지 예외적으로 어려운 외형적 상황일 뿐이며, 이런 어려운 상황이 인간에게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종종 잊게 한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의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올바른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낸 사례를 일례로 들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버리고 마치 동물과 같은 사람들도 있는 한편, 영혼의 자유를 가진 자들은 그 속에서도 '인간'으로 사는 모습을 보았다. 이에 빅터 프랭클은 인간에게 뺏을 수 없는 자유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선택할 자유'라 말한다.


수용소 안에서 좌절한 이들을 위해 심리치료를 진행했던 그는 수감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시련을 겪어오면서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잃은 적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요?"

"건강, 식사, 휴식, 가족, 친구,,,, 그 어떤 것도 이 수용소에서 살아남으면 다시 다 가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대체불가능한 것은 '나'라는 존재 자체입니다. 삶에 대한 책임으로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의미(로고스) 발견을 통해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치료법인 로고테라피를 제시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핵심 개념인 선택, 시련, 책임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1. 선택


상황이 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태도가 상황을 만든다는 걸 명심하자.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이곳은 나와 인연이 아닌가 봐.'라는 방식으로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없앨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삶에 대한  태도는 바꿀 수 있다. 나를 억누르는 거대한 문제는 어떨 수 없어도 마음만은 내가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비인간적 환경에서도 나는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결심 , 양심을 져버리지 않는다는 다짐이 그것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나의 선택에 미래는 달라진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다." - 니체


2. 시련


인생은 한마디로 시련의 연속이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시련은 마음의 시련, 즉 실존적 좌절이라 할 수 있다. 의미가 결여된 상태가 바로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인생은 의미탐색의 과정이다. 시련은 인간적 성취,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기회가 된다. 문제가 없으면 기회도 없는 것이며 시련으로 인한 정신적 역동성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즉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 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시련은 인생의 디폴트라 생각하자. 결국 그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시련을 정신적 운동으로 생각하자. 시련이란 운동을 해내야 내 정신이 더 강해질 것이다.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 스피노자


3. 책임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네]라고 대답하는 것' , 이것이 시련 속에서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내 존재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삶의 책임감을 깨닫게 된다.

삶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은 오로지 내가 내는 것이다.

그 답을 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권한다.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당신이 지금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 빅터 프랭클


참 훌륭한 책이다. 당신이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당장 읽어보기를 권한다.


인생이란 선택의 자유를 통해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다. 이 인생에 답을 모르겠다면 이게 두 번째 인생이라 생각하라.

두 번째 인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오늘 이 시간부터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다.


라고 다짐해 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밋밋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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