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에 강아지를 좋아하는 애견인과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비애견인이 함께 살고 있다. 이럴때 어떻게 해야 서로 괜찮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난 서로에 대한 "경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토미와 같은 방을 공유하는 나는 바닥에 물건을 함부로 둘 수 없었다. 다르게 말하면 함부로 해도 괜찮은 물건만 둘 수 있었다. 혈기왕성한 토미는 바닥에 보이는건 뭐든지 아그작 아그작 씹어 버렸다. 볼펜, 책, 인형, 가방 등등 심지어 핸드크림도 씹어서 너덜너덜해지기도 하였다. 그 뒤로 모든 물건은 책상 위에 두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런데 토미의 뒷다리 점프력을 꽤나 남달랐다. 이 친구보다 2배쯤 높이의 책상에 있는 물건은 가볍게 점프를 해서 입으로 끌어내리는 기술이 있었다. 하루는 퇴근하는 길에 빵을 사서 가방에 두고 씻으러 갔다가 나왔더니 이미 가방 끈을 끌어내서 가방 속 빵을 다 먹어버린적도 있었다. 포장된 빵을 어떻게 뜯었을까? 이 친구는 뒷다리뿐만 아니라 앞발의 재패질 능력도 상당했던 것이다.
앞 다리와 뒷 다리의 상당한 근육을 자랑하는 토미는 식탁 위도 호시탐탐 노리는 공간이였다. 우리는 식탁 위로 점프하지 않도록 항상 의자를 끝까지 밀어 넣었는데도 그 좁은 틈으로 점프를 해서 다시 식탁 위로 올라가서 식탁 위에서 꼬리를 흔들거리는 녀석을 발견하고 오빠와 나는 정말 두 손을 다 들어버렸다.
이 정도로 어디든 올라가고 돌아다니는 토미 때문에 평소에는 내 방에서만 생활할 수 있도록 내 방과 거실 사이에는 강아지 펜스를 설치해서 '경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던 경험들처럼 토미의 뒷다리 근육은 막강했다. 펜스 하나로는 아주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 펜스 위에 펜스 하나를 더 올려서야 진짜 "경계"를 만들 수 있었다. 높은 높이에도 넘어오려고 점프를 해보다가 넘어갈 수 없는 한계를 인지하고 나서야 토미는 제자리에서 펜스를 쳐다만 볼 뿐이였다.
하지만.. 그 높은 펜스마저도 익숙해졌을까? 어느 날.. 펜스를 타고 있는 스파이더 토미를 보고 나서 나는 이제 두 손 뿐만 아니라 두 발까지도 다 들어버렸다. 이렇게 씩씩한 강아지라서 너무나도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토미는 우리집에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수술 하나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