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브런치북 연재의 기원
정맥주사 경험 있으신 분?
이렇게 물어보면 '정맥주사? 내가 정맥주사를 맞은 적이 있었나?'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정맥주사는 말 그대로 정맥 안에 약물을 바로 넣어주는 주사를 말한다.
가장 흔하게는 수액 맞을 때를 떠올리면 된다. 수액이나 영양제의 경우 정맥주사를 통해 용액을 몸 안에 넣어주게 되는데 손등 근처에 위치한 정맥이나 팔뚝의 정맥을 주로 사용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아, 이거?' 할 것이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임신 전까진 살면서 영양제 한 번 맞아본 적 없었기에 정맥주사에 대해 이론만 알았을 뿐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임신 중에) 자궁수축이 남들보다 일찍 오는 바람에 수액을 여러 차례 맞게 되면서 정맥주사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론으로만 알던 '혈관통'을 직접 겪게 되었는데......
역시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혈관통은 일반적인 수액보다 아미노산이나 지질 등이 포함된 영양제를 맞을 때 더 잘 느낄 가능성이 높다. 나의 경우에도 일반 전해질 수액을 맞을 땐 혈관통을 거의 못 느꼈는데, 뱃속 아기의 성장이 조금 느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양 수액을 맞았을 때 극심한 혈관통을 느꼈다.
[왜 전해질 수액보다 영양 수액이 혈관통을 더 잘 일으킬까?]
수액에 포함된 포도당, 아미노산, 오메가3 등의 성분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이동하게 되고, 흡수되지 않은 채 밀집되어 혈관의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삼투압 차이에 의해 혈관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경험한 혈관통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화한 느낌과 함께 찾아온 통증이 생각보다 강해 나도 모르게 당시 맞고 있던 영양 수액의 첨부문서를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생각했다.
나도 이런데 약과 그 약을 설명하는 첨부문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울까.
바로 이 경험이 지금 적고 있는 연재 브런치북의 기원이 되었다.
약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분석해 첨부문서를 작성했던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과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설 이 문장들을 알기 쉽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일상생활에서 쳐다도 보기 싫은 이 첨부문서의 작고 작은 글자를 읽어야 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혹여나 약을 먹고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덜 당황하길 바라면서.
무시무시한 사용상의 주의사항
의약품의 첨부문서란 보통 의약품과 함께 들어있는 문서로 해당 약의 성분부터 효과, 복용 방법, 이상반응 등 약을 복용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에도 첨부문서가 함께 들어 있으니 기회가 되는 분은 한 번 펴서 읽어봐도 좋겠다. 물론 그 종이를 펴는 순간 '뭐 설명서를 이따구로 만들었어?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하는 거부감이 강하게 들 것이다.
아래 사진은 집에 있는 종합감기약의 첨부문서를 찍은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약의 성분과 효능효과, 용법용량 그리고 사용상의 주의사항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첨부문서 종이뭉치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나열된 부분이 바로 '사용상의 주의사항'이다. 특히 사용상의 주의사항 항목의 첫 번째 '경고'를 보면 이 약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내용이 나열되어 있다.
아래는 내가 맞았던 영양 수액의 첨부문서 중 사용상의 주의사항 일부를 가져온 것이다.
아나필락시성 반응의 징후나 증상 (열, 떨림, 발진 혹은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투여를 즉각 중단할 것.
벌써부터 보이는 단어들이 심상치 않다. 사용상의 주의사항 중 '이상반응' 부분에는 각종 이상반응이 엄청나게 나열되어 있어 '이렇게 많은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첨부문서의 '사용상의 주의사항'은 보통 아래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 경고
- 다음 환자에는 투여하지 말 것
- 다음 환자에는 신중히 투여할 것
- 이상반응
- 일반적 주의
- 상호작용
- 임부 및 수유부 투여
- 기타 (과량투여 시 처치, 적용상의 주의 등)
하지만,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무시무시한 글자들이 나열되어 있다고 해서 그 약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라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 제공과 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었을 뿐이다.
이 연재 브런치북을 통해 우리가 먹는 약이 어떻게 개발되어 만들어지고, 언뜻 보아도 무시무시한 사용상의 주의사항 문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조금 엿본다면 막연한 걱정과 우려는 조금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