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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Nov 29. 2023

먹어도 되는 약은 어떻게 만들어지죠?

신약 개발의 꿈

인트로


지난 글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와 있는 약조차도 100% 안전한 것은 아님을 살펴보았다.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적힌 글자에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정확하고 안전한 약 사용을 위해서는 그 글자들이 어떻게 어디서 왔는지는 알아두면 매우 유용하다.


오늘은 그 첫 번째 단계로 우리에게 이미 와 있는 약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여기까지 왔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막연히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약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되었는지 알면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약이 지금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호기롭게 꾸었던 '신약 개발의 꿈'이 왜 어려운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약 개발의 꿈


'식약처'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준말로 우리나라에서 신약 허가를 위해 임상시험 결과와 각종 관련 문서들을 검토하고 검증하는 기관이다. 이런 공인된 기관의 적절한 검토 없이 마구잡이로 약을 허가하고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처참할 것이다.

(식약처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의약품 외에도 식품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도 담당한다)


나라에서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약을 쓰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꼭 보장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약이 효과가 있는가.

두 번째는 약이 안전한가.


안전하다고 해도 효과가 없다면 굳이 먹을 필요가 없고,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면 그 약은 먹을 수 없다.


그럼, 효과도 있으면서 안전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전통적인 방식의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최근엔 AI를 신약개발에 적용함으로써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1) 치료제를 찾는 질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 A를 발견한다.

2) A가 진짜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동물실험을 진행한다.

3) 동물실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면, 임상시험으로 넘어간다. 임상시험은 크게 1상 ~ 3상으로 구분된다.

4) 임상시험을 통해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검증했다면 관련 서류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허가를 요청한다.

5) 신약 허가에 성공하면 약을 생산하고 판매를 시작한다.

출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KoNECT)


[임상시험 1상, 2상, 3상은 어떻게 다를까]

임상시험은 그 단계에 따라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다르다.
 
- 1상: 안전성이 핵심으로 소수의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여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이다.

- 2상: 약이 효과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100명 ~ 300명 정도의 환자에게 투여용량을 조절하며 가장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을 확인하고, 그 용량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같이 검증하는 단계이다.

- 3상: 신약 허가 전 마지막 단계로 가장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이 진행된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시험약을 투여한 그룹과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을 설정해 진행하는 단계이다. 위 그림에서는 1000 ~ 5000명으로 되어 있으나 질환에 따라 그 숫자는 조절하여 진행한다.


제약/바이오주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임상시험의 단계IND, NDA 단어를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IND 승인이 이루어지는 경우 대부분 기사로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가끔은 이런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여 주가가 폭등하기도 한다. 그래서 제약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임상시험과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두면 매우 유용하다.


(동아에스티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밝히며, 단순 예시로 위 기사를 참조하였다)


아래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 신청'이 IND (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신약허가 신청'이 NDA (New Drug Application)에 해당한다.

출처: 대웅제약 뉴스름
[IND와 NDA, 무엇이 다를까]

- IND (임상시험 계획 승인신청): 임상시험 진행을 위해 식약처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여 승인받는 절차

- NDA (품목허가 승인신청):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식약처로부터 승인받는 절차

즉, IND는 "임상시험 하게 해 주세요", NDA는 "임상시험 다 했으니 이제 약 팔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글로 읽으면 '임상시험 별 것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비율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균적으로 약 10,000개의 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온다. 면접장에서 호기롭게 '저는 신약 개발이 꿈입니다' 외치던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이유다.

출처: How in vitro alterations in cellular energy pathways can overcome obstacles in drug research


그래서 사용상의 주의사항은 언제 나와?



그럼, 약 패키지에 함께 들어있는 첨부문서의 무시무시한 글귀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바로 신약 허가신청 전에 진행되는 여러 임상시험과 허가 후 진행되는 연구로부터 온다.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들은 약을 복용한 후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되어있다.


예를 들어 '브런치'라는 약의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가 '브런치' 약 복용 후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면 '두통', '발열'이 '브런치' 약의 이상반응으로 수집된다.


이렇게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된 여러 가지 이상반응은 앞서 살펴본 첨부문서의 '사용상의 주의사항' - '이상반응'에 기재된다. 그리고 그 발생 빈도에 따라 '매우 흔하게', '흔하게'와 같은 부사가 붙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했음에도 (1/10,000로 개발에 성공한 약임에도) 부작용은 왜 일어나는 걸까?


흔히 업계에서는 '빙산의 일각'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아래 사진처럼 빙산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물속에 잠겨있는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의약품의 안전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Unsplash @Simon Lee


비록 임상시험 3상을 통해 많은 환자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약을 쓰게 되면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상황에서 더욱 다양한 환자들에게 약이 쓰이게 된다.


환자들이 가진 기저질환은 더 다양해지고, 같이 복용하는 약 또한 훨씬 다양해진다. 또 장기간 먹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약의 허가 이후에도 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약의 허가 이후에는 주로 안전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이슈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하는데 유럽, 미국의 공인된 기관에서도 비슷한 절차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신약이 개발되는 과정과 약의 첨부문서 중 '사용상의 주의사항' 글귀들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임상시험과 허가 이후 약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이상반응이라고 해서 모두 약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부작용(이상반응, 정확히는 이들 용어가 같지 않지만 편의상 혼용하였다)의 개념과 부작용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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